ADVERTISEMENT

"국회엔 300개 회사 있다"…의원 1명이 세금 6억 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의원특권기획] 한국 국회의원 특권 한눈에 보니

여의도 정가에는 “의원회관에 가면 300개(의원 수)의 회사가 있다"는 말이 있다.
1억원이 훌쩍 넘는 연봉을 받으며 개인 사무실을 포함해 매년 수억원을 지원 받고, 9명의 보좌진을 거느리고 있으니 국회의원 개인을 작은 기업에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다는 의미다.
그런 국회의원들이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세비를 2.6% 인상하고, 보좌진 인력을 한명 늘려 논란을 불렀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처우를 되돌아봤다.

'금배지'라고 불리는 국회의원 배지. [중앙포토]

'금배지'라고 불리는 국회의원 배지. [중앙포토]

일단 국회의원들은 남부럽지 않은 연봉을 국가로부터 지급 받는다. 의원들은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당과 상여금, 여비가 포함된 ‘세비’를 받는다. 지난해 기준 1억3796만원이다. 이는 지난해 한국 임금근로자 평균연봉(3387만원)의 4배가 넘는 수치다. 매달 20일 일반수당(646만4000원)과 입법활동비(313만6000원) 등을 받고 1월과 7월엔 일반수당의 절반에 해당하는 정근수당(각 323만2000원)을, 설과 추석엔 명절휴가비(각 387만8400원)가 나온다. 합치면 매달 1149만원의 세비를 받는 것이다. 이는 ‘국민에게 봉사하는 국회의원의 직무활동과 품위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실비’라 법에 규정돼 있다.

의정활동 지원경비도 추가로 지급된다. 연간 9251만원이다. 사무실 운영비(50만원), 차량유지비(35만8000원), 차량유류대(110만원)가 매달 15일 나온다. 또 정책자료 발간비(108만3330원), 입법 및 정책 개발비(186만4500원), 공무수행 출장비(37만5830원), 정책자료 발송료(38만1510원) 등을 연간 한도 내에서 신청할 수 있어 매달 의원 한 명이 지급받는 지원경비의 월평균액은 약 770만원이 된다. 세비와 지원경비를 합치면 의원 본인에게 지급되는 금액만 한해 2억3048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한국 국회의원에 대한 지원수당 및 의정활동 지원경비. 자료=국회사무처

지난해 기준 한국 국회의원에 대한 지원수당 및 의정활동 지원경비. 자료=국회사무처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의원들에겐 입법활동을 지원한다는 명목 하에 보좌진 채용 비용도 전액 지원된다. 국회의원수당법 제9조에 따라 4급 상당 보좌관 2명, 5급 상당 비서관 2명, 6·7·9급 상당 비서 각 1명, 계약직 인턴 2명 등 총 9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다. 이들의 지난해 기준 연간 보수(급여+상여금)는 4급 7750만9960원, 5급 6805만5840원, 6급 4721만7440원, 7급 4075만9960원, 9급 3140만5800원 등 총 4억4021만원에 이른다. 결국 의원 한 명을 위해 쓰이는 국민 세금은 최소 연 6억7000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국회는 지난달 24일 의원실 인턴을 2명에서 1명으로 줄이는 대신 8급 비서 1명을 증원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의원 보좌진 정원을 1명 늘리는데 소요되는 약 88억원의 추가 예산이 내년도 예산에 반영됐다. 지난 6일엔 내년도 의원 일반수당(646만원)에 공무원 보수 인상률(2.6%)을 적용해 663만원으로 올리는 예산도 처리했다. 내년 의원 연봉은 올해보다 200여만원 많은 약 1억4000만원이 된다.

국회의사당. [중앙포토]

국회의사당. [중앙포토]

헌법에 명시된 특권도 빼놓을 수 없다. 대표적으로 ‘면책특권’이 있다. 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의정활동을 하라고 보장된 특권이지만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무책임한 의혹 제기나 막말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축소해야 한다는 비판도 있어왔다. ‘불체포특권’도 있다. 헌법 제44조에 따라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 회기중 국회 동의 없이 의원을 체포ㆍ구금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를 악용해 비리를 저지른 동료 의원을 감싸는 ‘방탄 국회’ 행태도 잦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혜택도 있다. 의원회관 지하 1~2층 주차장(178대)과 건강관리실(남성 747㎡, 여성 393㎡) 등의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며 국회도서관 5층과 의원회관 2층에는 의원열람실이 별도로 있다. 이외에 의원들은 후원회를 통해 정치후원금을 모금할 수도 있다. 후원금 한도는 연간 1억5000만원이지만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원으로 늘어난다.

한국 의원들이 받는 월 급여(1149만원)는 표면적 수치상으론 미국(1582만원)·일본(1255만원)보다는 낮은 수준이며 영국(912만원)·프랑스(914만원)보다 높다. 하지만 단순 비교는 어렵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각국의 소득 수준과 정치환경,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급여 비중이나 의원이 받는 각종 혜택 등을 복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보좌진의 경우 일본은 국비로 의원 1명당 3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는데 이중 전문성을 갖춘 정책보좌진이 되려면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일정 액수의 보좌직원수당을 지급해 여기에 맞춰 의원이 보좌진을 고용한다. 신 교수는 “의원의 직접채용 대신 보좌진 공유 제도를 실시해 이들의 직업 안정성과 전문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