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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100세 시대 갱년기 증상 극복, 여성호르몬 치료가 돕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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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차병원·차움과 함께하는 건강관리
얼굴이 빨개지고, 갑자기 덥고, 잠이 오지 않고, 우울하고…. 우리나라 중년 여성 10명 중 9명이 겪는 ‘갱년기 증후군’이다. 이 증상은 평균 50세에 폐경과 함께 여성호르몬의 체내 분비량이 급격히 줄면서 찾아온다. 여성호르몬을 보충하는 치료법이 있지만 부작용을 우려해 기피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최근 여성이 여성호르몬을 보충하면 갱년기 증세를 극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차움 박원근 부원장이 60대 중반의 여성에게 여성호르몬 치료법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차움 박원근 부원장이 60대 중반의 여성에게 여성호르몬 치료법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 정인영(51·가명)씨는 3년 전부터 우울감이 심해졌다. 별일 아닌데도 가족에게 짜증을 내는 일이 많아졌다. 또 체온이 올랐다 떨어지기를 반복하고, 얼굴이 빨개지는 안면 홍조로 곤란을 겪고 있다.

미국의학협회지 연구 결과 #여성호르몬 치료 환자 #유방암 발병률 45% 감소

정씨의 증상은 바로 갱년기 증후군. 하지만 정씨는 ‘갱년기에 흔히 겪는 일’로 여겨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았다. 정씨처럼 많은 여성이 갱년기 증상을 홀로 이겨내고 있다. 차움 박원근(내분비내과 교수) 부원장은 “우리나라에선 폐경을 맞이한 여성 10명 중 7명 이상이 특별한 치료 없이 식이요법이나 건강식품 섭취에만 의존한다는 통계가 있다”고 말했다.

체내 여성호르몬이 부족하면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갑자기 더워지고 신경이 예민해지며 숙면을 취하기 힘든 갱년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같은 갱년기 증상은 폐경 후 5~10년가량 이어지다 점차 줄어든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다. 여성호르몬이 부족하면 가슴·엉덩이가 처지고 골밀도가 줄어 뼈가 약해진다. 골다공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또 혈액 속 나쁜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 뇌졸중, 심혈관 질환, 치매 발병률이 높아진다.

‘유방암 많이 걸린다’ 뒤집어

그런데 갱년기 증상으로 고통받으면서도 여성호르몬 치료를 꺼리는 여성이 많다. 2002년 미국 여성보건기획(WHI)에서 발표한 한 연구 결과 때문이다. 당시 이 연구에는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은 환자 그룹에서 유방암 발병률이 다소 높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박 부원장은 “당시 통계 대상에 문제가 있었고 종족에 대한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 오류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는 18년이 지난 지금까지 각인돼 여성호르몬 치료에 대한 두려움을 가져왔다.

그런데 지난 9월 이 ‘오해’를 뒤집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학협회지(JAMA)가 2002년 WHI에서 발표한 환자를 포함해 18년간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은 2만7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여성호르몬 치료를 단독으로 받은 여성에서 유방암 발생이 오히려 45% 줄었고, 여성호르몬과 황체호르몬 복합요법을 받은 여성도 치료받지 않은 정상 대조군과 차이가 없었다.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은 그룹의 심혈관 질환, 암 등으로 인한 전체 사망률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는 여성호르몬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는 여성이 갱년기 증세 회복은 물론 골다공증, 심혈관 질환, 대장암, 우울증, 수면 장애, 치매 등은 감소하고 평균수명과 삶의 질이 훨씬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 부원장은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잘못된 오해로 치료를 꺼리는 여성에게 여성호르몬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임(53·가명)씨는 3년 전 폐경을 경험했지만 여성호르몬 치료에 대한 두려움으로 식이요법과 운동에만 신경을 써 왔다. 얼마 전 길에서 넘어져 다리뼈가 부러진 최씨는 병원을 찾았다가 큰 충격에 빠졌다. 여성호르몬이 부족해 골다공증이 심하게 진행됐다는 소견을 들은 것이다. 최씨는 현재 여성호르몬을 약물로 보충하는 치료를 받고 있다.

박 부원장은 “최씨처럼 지금까지 잘못된 정보로 여성호르몬 치료를 꺼려온 폐경기 여성이 많다”며 “이제부터라도 건강한 노후를 위해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특히 갱년기 증상이 있는 사람, 나이가 젊더라도 조기 폐경을 경험한 사람, 폐경 이후 관절통 및 수면장애로 고통받는 사람, 갱년기 증상이 없어도 폐경을 경험한 사람은 여성호르몬 치료를 고려해볼 만하다. 박 부원장에 따르면 호르몬 치료의 원칙은 부족하면 보충하고 과하면 줄이는 것이다. 여성호르몬의 경우 폐경 이후 분비량이 급감하기 때문에 적절히 보충하는 게 중요하다.

개인마다 필요한 용량 달라

개인마다 필요로 하는 여성호르몬 용량은 다르다. 이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을 받으면서 치료해야 한다. 예를 들면 자궁근종 등으로 자궁적출술을 받은 사람에겐 여성호르몬만 단독 보충하는 치료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여성호르몬과 황체호르몬의 복합요법을 시행한다. 또 나이, 자궁 상태, 월경 유무, 골다공증 상태 등에 따라 사용하는 약물이 달라질 수 있다. 유방암·자궁내암이나 혈전이 있는 사람은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안 된다.

박원근 부원장은 “지금까지 잘못된 정보로 여성에게 매우 중요한 여성호르몬 치료를 꺼려온 폐경기 여성은 100세 시대를 맞아 이제부터라도 젊고 건강한 노후를 위해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호르몬 치료를 받길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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