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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보트 두고도 육로로 '낚싯배 현장' 간 인천구조대…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낚싯배 구조용 인천해경 야간 출동용 고속정은 수리중이었다

인천구조대 고속보트 고장 수리 중 육로 출동 #고속보트 2대 보유했지만, 야간 출동 불가능 #고속보트 출동시 1시간10분, 육로 1시간30분 #해경 "고장원인 파악중, 육로가 빠르다 판단" #해경, 명진호 선장과 갑판원 구속영장 신청

12월 3일 오후 4시 인천 옹진군 영흥도 일대에서 해경 관계자들이 전복된 낙싯배 인항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인천해경]

12월 3일 오후 4시 인천 옹진군 영흥도 일대에서 해경 관계자들이 전복된 낙싯배 인항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인천해경]

세월호 참사 와중에 해체됐다 다시 조직이 부활한 해경의 해난사고 대응이 여전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천 영흥도 해역에서 발생한 급유선의 소형 낚싯배 추돌 사고 이후 대응 과정에서 해경의 부실한 대응이 여실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고 신고를 받은 고속정은 30여 분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막 정작 꼭 필요한 구조대가 없었다. 인천구조대가 사고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고 한다. 인천구조대는 출동지령 1시간23분 뒤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왜 이렇게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을까
4일 해경 등에 따르면 사고 발생 직후인 3일 오전 6시13분 해경 인천구조대 등에 가용 세력을 출동하라는 지시가 전달됐다.  해군과 소방 등에도 지원을 요청했다.
규정에 따르면 출동신고를 받은 인천구조대는 고속 보트를 투입해 현장으로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실제 출동해야 할 배가 없었다. 구조대가 보유한 고속보트 2대 모두 출동할 수 없는 무용지물 상태였다.

3일 오전 인천 옹진군 영흥도 인근해역에서 발생한 낚시배 전복사고 현장에서 충돌사고를 일으킨 급유선 '15명진호(뒤쪽)'가 침몰 선박 뒤편에서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3일 오전 인천 옹진군 영흥도 인근해역에서 발생한 낚시배 전복사고 현장에서 충돌사고를 일으킨 급유선 '15명진호(뒤쪽)'가 침몰 선박 뒤편에서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레이더가 장착돼 야간에도 항해가 가능한 신형보트는 고장으로 수리 중이었다. 또 다른 한 척은 레이더가 없어 야간에는 출동하지 못하는 구형이었다.
인천구조대가 보유한 2대의 구조용 보트가 무용지물이었다는 얘기다.

이들 장비가 제대로 갖춰졌더라면 평균 15~20노트의 속력으로 달려 사고 현장에 1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었다는 게 해경의 설명이다. 인천구조대는 결국 배를 버리고 영흥파출소까지 52km를 육로를 달려갔다. 구형 보트로 출동하느니 육로가 빠르다는 판단했기 대문이라고 한다.
이들은 영흥파출소에 도착한 뒤 해경 선박이 없어 민간어선을 얻어 타고 사고 해역으로 이동해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 낚싯배 선창1호에서 해경이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 인천해경]

인천 낚싯배 선창1호에서 해경이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 인천해경]

바다가 아닌 육지를 통해 출동하다 보니 이들이 사고 해역에 도착한 시간은 지령을 받은 후 1시간23분 뒤였다. 고속 보트보다 무려 20여 분 늦은 것이다.
긴급상황에서 분초를 다투며 신속히 출동해 인명을 구조해야 할 인천구조대가 출동할 배가 없어 육로를 통해 달려가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도착한 직후 7분 여 뒤 에어포켓에 있던 생존자 3명을 구조했다는 점이다. 배 안에 있던 14명 중 구조된 3명을 뺀 11명이 선배에서 숨졌다. 인천구조대가 사전에 장비를 제대로 점검해 긴급 출동 태세를 완벽히 갖추고 있었다면, 그래서 신속히 출동했더라면 희생자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충분히 가정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해양경찰 구조대원들이 3일 낚싯배 전복 사고 현장인 오전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자 수색작업을 위해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사진 인천해경]

해양경찰 구조대원들이 3일 낚싯배 전복 사고 현장인 오전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자 수색작업을 위해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사진 인천해경]

지금 상황이라면 인천해역에서 또다시 제2의 ‘선창1호’ 사고가 야간이난 일출 전 어두운 시간대에 발생하면 제대로 된 출동과 구조가 어려워 보인다.
해경 관계자는 “인천구조대 고속보트 고장은 지난달 24일 자체점검결과 엔진윤활유가 변색됐다”며 “12월 1일 본트 엔진을 분리해 공장에 입고하는 바람에 출동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부실 대응은 인천구조대 만의 문제는 아니다.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고속단정도 문제다. 이 단정에도 야간항법장치가 없어 선창1호의 사고 해역 주변에 있던 다른 낚싯배가 10분도채 안 돼 도착한 곳을 고속단정이 16분 만에 도착했다. 이 고속단정이 계류장에 있었지만 다른 어선들에 막혀 빼내는 시간과 야간항해 장치가 없어 느린 속도로 출동했기 때문이다. 출동준비시간만 20분이나 걸렸다.

이는 고속단정이 긴급 출동상황에 대비해 출구를 사전에 확보하지 않았기 때문에 초래된 문제다. 사전 대비가 소홀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 고속단정에는 특수훈련을 받은 잠수부도 없어 인천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1시간 넘도록 주변만 배회했다고 한다. 13명이 숨지고 2명이 희생된 상황에서 드러나 해경의 이런 대응은 실소와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평택구조대도 문제가 됐다. 출동지시를 받고 인천구조대보다 19분 일찍 도착했지만, 에어포켓 주변에 있던 승선자 3명을 구조한 것은 인천구조대였다.

지난 3일 영흥도 영흥대교 남방 1.6km 지점 해역에서 급유선이 낚시배를 추돌, 낚싯배에 타고 있던 승객 1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두 배의 항적도. [사진 인천해경]

지난 3일 영흥도 영흥대교 남방 1.6km 지점 해역에서 급유선이 낚시배를 추돌, 낚싯배에 타고 있던 승객 1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두 배의 항적도. [사진 인천해경]

한편 해경은 4일 오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긴급체포한 명진15호 선장 전모(37)씨와 갑판원 김모(4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전씨는 낚싯배가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서도 감속이나 항로변경 등을 하지 않아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다. 김씨는 당직 근무자로 견시(전방감시) 역할을 해야 함에도 자리를 비운 혐의를 받고 있다.

해경은 또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명진15호와 선창1호(낚싯배) 등 항적과 속력, 방향 등을 공개했다. 사고 당시 명진15호는 북쪽을 기준으로 216도(남서쪽) 방향으로 12노트의 속력으로 운항중이었다. 선창1호는 198도 방향으로 10노트의 속력으로 가고 있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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