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서류를 결제할 수 없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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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관련 문건이 추가로 확인됐다. 2012년 총선 대비 작전 지침으로, 그 안건의 승인자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란 것이다.

이를 두고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결제한 사이버사 2012년 총선 총력 대응 지침이 나왔다” “이 지침은 그해 3월 9일 김관진 장관이 결제한 것으로 돼 있다”와 같이 표현하는 일이 많다. ‘결제’와 ‘결재’의 쓰임을 혼동한 결과다. “장관이 결제한”을 각각 “장관이 결재한”으로 고쳐야 바르다.

결정권자인 상관이 부하가 제출한 안건을 검토해 허가하거나 승인한다는 것이므로 ‘결제’가 아닌 ‘결재’로 바루어야 뜻이 통한다. “직급 체계를 간소화하면 결재 단계를 줄여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처럼 사용한다. ‘결재(決裁)’는 ‘재가(裁可)’라는 말로 바꿔 쓸 수도 있다.

‘결제(決濟)’는 증권 또는 대금을 주고받아 매매 당사자 사이의 거래 관계를 끝맺는 일을 말한다. “김영란법 시행 후 일 년 사이에 법인 카드를 이용한 유흥주점 결제는 줄고 일반음식점 결제는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와 같이 쓰인다. 소위 카드로 긁는 것은 ‘결재 행위’가 아니라 ‘결제 행위’이다.

“현금·신용카드·모바일 결제”처럼 대금을 치르는 것은 ‘결제’로, “장관의 결재가 난 사안”처럼 서류에 서명하는 것은 ‘결재’로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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