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 '1202'로 통일했던 기획재정부…김동연 "눈물나게 미안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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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8년도 예산안 등의 안건과 관련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8년도 예산안 등의 안건과 관련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내년 예산안이 법정기한 내 처리되지 못한 것에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직원들에게 눈물 나올 정도로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모든 직원들 컴퓨터 비밀번호 1202" #"일자리 안정자금·공무원 증원·법인세가 쟁점"

김 부총리는 이날 국회 본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이 큰 듯 "직원들이 모두 다 컴퓨터에 걸어놓은 비밀번호가 1202"라며 "이날 끝날 것으로 생각하며 버텨왔는데…"라면서 "직원들이 너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예산이 부족해 숙소도 (국회에서) 멀리 잡았다. 눈물 나올 정도로 고맙기도 하고 미안했다. 직원들이 열심히 한 것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김 부총리에 따르면 기재부 직원들은 '예산 국회'가 시작되자 국회 인근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새벽까지 근무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부총리는 또 "법정기일 내 통과가 됐으면 했던 것은 예산이 통과되면 저희가 할 일이 많기 때문"이라며 "국무회의부터 열어서 국회 증액 관련 동의를 의결해야 하고 예산 배정, 사업별 집행 준비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야 협상 타결이 실패한 원인과 관련해선 "일자리 안정자금과 공무원 증원문제, 법인세 세 가지로 축약할 수 있다"며 "각 당의 입장이 있으니 주말과 주초에 빨리 협상해 빠른 시간 내에 타결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여야는 새해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 2일 원내대표 회담과 각 당 의원총회 등을 잇따라 열고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공무원 증원 규모와 최저임금 인상분 보전 등 핵심 쟁점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여야는 3일 협상을 재개해 이르면 4일 본회의를 열고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3일 "오늘은 새해 예산안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설득하는데) 전반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국회가 최대한 빨리 통과시켜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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