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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패러디 CF로 미얀마서 히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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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모은 돈으로 시댁에 함석지붕 해 드리자는 며느리. [사진 포스코]

모은 돈으로 시댁에 함석지붕 해 드리자는 며느리. [사진 포스코]

새 함석지붕으로 바뀐 CF 장면. [사진 포스코]

새 함석지붕으로 바뀐 CF 장면. [사진 포스코]

미얀마의 최대 경제도시 양곤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40여 분을 달려 도착한 ‘미얀마포스코’ 공장. 제조업 기반이 열악한 미얀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철강공장이다.

미얀마 주택 상당수 야자 잎 지붕 #‘함석지붕’을 부의 상징으로 여겨 #효 중시 국민성, 광고 선풍적 인기 #시장점유율 10%서 25%로 급등

11월 초에 방문한 공장은 섭씨 영상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에도 24시간 공장을 돌리고 있었다. 열연코일은 예열·도금 등의 과정을 거쳐 0.18㎜ 두께의 은빛 강판으로 변했다. 이를 성형틀에 집어넣자 물결 모양의 함석지붕이 나왔다. 이 공장에서는 이런 철강제품을 하루 200t 생산한다.

미얀마의 경제는 한국의 197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50년 넘게 폐쇄적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해온 결과다. 경제성장이 더디다 보니 상당수 국민은 야자나무 잎, 마른 풀 등으로 지붕을 엮은 주택에 사는 것이 흔하다.

고금만 미얀마포스코 법인장은 “이런 지붕은 하루에도 몇 차례 내리는 스콜성 강우를 버티지 못하고 1년이면 썩어 버린다”며 “그래서 미얀마 사람들은 10년 이상 버티는 함석지붕을 좋은 집의 판단 기준이자 부의 상징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를 노리고 선보인 함석지붕 ‘수퍼스타’(현지 브랜드 이름)는 오랜 기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얀마포스코는 한국 기업의 미얀마 시장 개척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시작은 힘들었다. 미얀마포스코는 99년 지붕에 쓰이는 함석(아연도금 강판)을 생산하기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미쓰이·스미토모 등 일본 종합상사 네 곳이 아연도금 강판 시장에 먼저 자리 잡고 있었다. 경쟁이 치열한 데다 저가 밀수품이 대량 유입되고, 미얀마 정부가 두께 기준과 관련해 까다로운 규제를 갑자기 만들면서 미얀마포스코는 2005년 1년6개월간 공장 문을 닫기도 했다.

효심마케팅으로 인기 끈 경동나비엔 광고. 포스코 미얀마 광고는 이를 본땄다. [사진 경동나비엔]

효심마케팅으로 인기 끈 경동나비엔 광고. 포스코 미얀마 광고는 이를 본땄다. [사진 경동나비엔]

회사를 기사회생시킨 것은 2008년 선보인 “여보, 아버님 댁에 함석지붕 놓아 드려야겠어요”라는 카피를 담은 TV 광고였다. 90년대 초반 국내에서 화제를 모았던 경동보일러(현 경동나비엔)의 광고를 패러디한 이 TV 광고가 미얀마 방송을 타면서 선풍적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는 미얀마 최초의 지붕 재료 TV 광고였다.

며느리가 따로 모은 돈으로 시부모님을 위해 함석지붕을 산다는 내용은 한국처럼 ‘효’를 중시하는 미얀마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소달구지에 새 함석지붕을 싣고 고향으로 가는 모습을 담은 것도 다른 화려한 광고와 달리 친근감을 불러일으켰다.

또 당시 미얀마 최고 인기 스타를 모델로 쓰고 ‘포스코의 수퍼스타 지붕을 쓰면 이웃이 부러워하고 주택의 격이 올라간다’는 내용을 넣어 이 제품이 ‘명품 지붕’이라는 인식을 심는 데 주력했다. 광고 시작 이후 시장점유율이 10%에서 25%로 높아지고 비싼 가격에도 물량이 달려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 덕분에 미얀마포스코의 실적은 가파르게 상승해 2011년에는 포스코 해외 법인 및 법인장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미얀마포스코가 이처럼 현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자 포스코는 2013년 10월 미얀마 첫 컬러강판 공장도 설립했다. 수입에 의존하던 컬러강판을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면서 수입재를 대체하고 현지 고용을 늘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얀마포스코의 지난해 매출액은 3940만 달러, 영업이익은 410만 달러로 미얀마 최대 외국 기업 중 하나로 우뚝 섰다. 지난 9월에는 정부 시설에 사용될 컬러강판 3500t을 수주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고 법인장은 “효심을 강조한 TV 광고가 대박을 치면서 포스코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을 뿐 아니라 한국과 한국 기업에 대한 우호적 인식이 형성된 것도 긍정적인 효과”라며 “그간 구축한 네트워크와 신뢰가 최근 개방 이후 급성장하고 있는 미얀마에서 한국 기업이 사업을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곤(미얀마)=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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