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또는 1월 틸러슨 교체", 후임 1순위 폼페이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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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 임박설이 제기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이 북한의 돈ㆍ석유ㆍ바닷길 등 3대 생명선 차단에 나선 상황에서 주무장관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12월 아니면 1월 교체될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 등 미국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 10월 대북 협상론을 내세우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해 사임설이 불거졌을 때와 달리 이번엔 최대 우군인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국가안보팀 개편의 일환으로 틸러슨 교체를 주도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 때 옹호자였던 켈리 실장이 틸러슨 장관이 더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하는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울 만큼 상처를 입었다고 본다”며 “연말 또는 직후에 안보팀 개편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에 대한 입장이 훨씬 유사한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후임 국무장관에 유력하다”며 교체 시기를 취임 1주년이 되는 내년 1월로 못박았다.

틸러슨, 트럼프와 북 대화론, 이란 핵 합의 등 사사건건 충돌

미 내각서열 1위이자 최고위급 외교관인 틸러슨 장관은 주요 외교정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부딪혀 왔다. 대북정책이 대표적이다.
지난 10월 1일 틸러슨 장관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북한과 2~3개 대화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고 대북 협상 추진 의사를 밝힌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리틀 로켓맨과 협상하는 데 시간 낭비하지 말라”고 면박을 준 일이다.
8월에도 틸러슨 장관이 “북한과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고 합의에 도달하길 바란다”고 한 다음날 “북한은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할 것”이라고 한 바 있었다. 이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 기후협약 탈퇴와 이란 핵 합의 파기, 러시아의 대선 개입을 부인하는 데 대해서도 틸러슨 장관은 반대 입장에 섰다. 지난 8월 버지니아 샬러츠빌에 백인우월주의자 폭력 사태에 트럼프 대통령이 양비론을 내자 “대통령은 자신 개인 생각을 말한 것”이라고 비판적 입장을 내비친 적도 있었다.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출신인 틸러슨 장관은 아태차관보를 포함해 고위직 상당수를 비워두는 등 전 직원의 8%, 2000명 감축을 추진해 국무부 내부에서도 반발에 부딪힌 상황이다. 의회에서도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 등 상원의원들이 “이같은 구조조정이 미국 외교를 약화시킨다”고 항의 서한을 보낼 정도로 비판을 받았다.

CIA 국장으로 北 정권교체 주장하는 강경파 #틸러슨은 트럼프와 대북정책 놓고 갈등 확산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후임 거론되는 폼페이오, 헤일리 모두 대북 강경 매파

주목할 부분은 진퇴양난에 처한 틸러슨 장관을 교체할 후임으로 거론되는 후보군이 모두 대북 강경 매파란 점이다.
1순위로 꼽히는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은 행정부 내에서 강하게 김정은 정권교체론을 주장해온 인물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일 오전 정보보고를 하며 백악관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충성파로도 꼽히다.
그는 지난 7월 20일 아스펜 안보포럼 강연에서 공개적으로 “지금 가장 위험한 것은 핵무기 통제권을 가진 인물”이라며 “중요한 것은 핵 능력과 핵 개발 의도가 있는 인물을 떼어놓는 것이며 이런 궁극적 목표를 위해 국방부와 정보당국이 초안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10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미국을 위험에 빠뜨릴 (핵미사일) 능력을 갖추지 못 하게 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군사력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니키 헤일리 미국 주유엔 대사

폼페이오가 국무장관에 임명될 경우 후임 CIA 국장은 의회 내 트럼프 옹호에 앞장서온 톰 코튼 상원의원과 네이비실 부대장 출신인 로버트 하워드 전 해군 중장이 거론된다.
폭스뉴스는 폼페이오 보다 가능성이 작지만 니키 헤일리 유엔대사를 국무장관에 이동하고, 이방카 트럼프의 측근인 디나 파월이 후임 유엔대사를 맡는 방안도 검토되는 시나리오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시절 불도저 같은 성격으로 ‘용 도살자(dragon slayer)’란 별명을 지닌 헤일리 대사도 폼페이오 못지않게 대북 강경파다. 그는 7월 말 “대화의 시간은 끝났다”며 “김정은 정권교체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9월 6차 핵실험 직후엔 “김정은 정권이 전쟁을 구걸하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는 빈말이 아니다”는 등 강경 발언을 쏟아 내기도 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