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서 대박난 "아버님 댁에 함석지붕 놓아 드려야겠어요" 광고

중앙일보

입력 2017.12.01 04:30

업데이트 2017.12.01 14:23

미얀마의 최대 경제도시 양곤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40여분을 달려 도착한 ‘미얀마포스코’ 공장. 11월 초에 방문한 공장은 30도에 육박하는 날씨에도 24시간 공장을 돌리고 있었다. 열연코일은 예열ㆍ도금 등의 과정을 거쳐 0.18㎜ 두께의 은밫 강판으로 변했다. 이를 성형틀에 집어넣자 물결 모양의 함석지붕이 나왔다. 이 공장에서는 이 제품을 연간 54t, 2만 장을 찍어낸다.

국내 보일러 CF 패러디해 미얀마서 선풍적인 인기
포스코의 미얀마 아연도금 강판 시장 1위 원동력

고금만 미얀마포스코 법인장은 “미얀마는 경제성장이 더디다 보니 지금도 야자나무 잎 등으로 지붕을 엮은 주택이 많다”며 “이 지붕은 하루에도 몇 차례 내리는 스콜성 강우를 버티지 못하고 1년이면 썩어버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미얀마 사람들은 10년 이상 버티는 함석지붕을 좋은 집의 판단 기준이자, 부의 상징으로 여긴다”며 “포스코의 함석지붕 ‘슈퍼스타’(현지 브랜드 이름)는 오랜 기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얀마포스코를 미얀마 아연도금 강판 1위 기업으로 만든 ‘아버님 댁에 함석지붕 놓아드 드려야겠어요’ TV광고 캡쳐. 자막 동영상은 기사 하단에.[사진 포스코그룹]

미얀마포스코를 미얀마 아연도금 강판 1위 기업으로 만든 ‘아버님 댁에 함석지붕 놓아드 드려야겠어요’ TV광고 캡쳐. 자막 동영상은 기사 하단에.[사진 포스코그룹]

‘미얀마포스코’는 한국 기업의 미얀마 시장 개척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시작은 힘들었다. 포스코미얀마는 1999년부터 지붕에 쓰이는 함석(아연도금 강판)을 생산하기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미쓰이ㆍ스미토모 등 일본 종합상사 4곳이 아연도금 강판 시장에 먼저 자리 잡고 있었다. 경쟁이 치열한 데다, 저가 밀수품이 대량 유입되고, 미얀마 정부가 두께 0.25㎜ 이하의 강판은 생산할 수 없다는 규제까지 만들면서 포스코는 2005년 1년 6개월간 공장 문을 닫기도 했다.

회사를 기사회생시킨 것은 2008년 선보인 “여보, 아버님 댁에 함석지붕 놓아 드려야겠어요”라는 카피를 담은 TV광고였다. 90년대 초반 국내에서 화제를 모았던 경동보일러(현 경동나비엔)의 광고를 패러디한 이 TV광고가 미얀마 방송을 타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90년대 초반 효심 마케팅으로 대박을 친 경동보일러(현 경동나비엔)의 TV광고 화면. 포스코미얀마는 이를 패러디한 광고를 미얀마 TV에 내보내며 미얀마 현지에서 인기를 끌었다. [사진 경동나비엔]

90년대 초반 효심 마케팅으로 대박을 친 경동보일러(현 경동나비엔)의 TV광고 화면. 포스코미얀마는 이를 패러디한 광고를 미얀마 TV에 내보내며 미얀마 현지에서 인기를 끌었다. [사진 경동나비엔]

며느리가 따로 모은 돈으로 시부모님을 위해 함석지붕을 산다는 광고는 한국처럼 ‘효’를 중시하는 미얀마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또 당시 미얀마 최고 인기스타를 모델로 쓰고 '포스코의 슈퍼스타 지붕을 쓰면 이웃이 부러워하고, 주택의 격이 올라간다'는 내용을 담아 이 제품이 명품이라는 인식을 심는 데 주력했다.

광고 시작 이후 2~3개월 만에 시장 점유율이 10%에서 25%로 높아지고, 비싼 가격에도 물량이 달려 못 파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포스코미얀마의 실적도 가파르게 상승해 2011년에는 포스코 해외법인 및 법인장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고 법인장은 “효심을 강조한 TV광고가 대박을 치면서 포스코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갔을 뿐 아니라, 한국과 한국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인식이 형성된 것도 긍정적인 효과”라고 설명했다.

양곤(미얀마)=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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