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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번 번호판 오래 간직, 제가 받은 사랑 돌려드리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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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대구구장 라커룸에 달려있던 36번 번호판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은 이승엽. [사진 이승엽 SNS]

대구구장 라커룸에 달려있던 36번 번호판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은 이승엽. [사진 이승엽 SNS]

‘라이언 킹’ 이승엽(41)이 정말 떠났다. 떠나는 마지막 심경을 소셜미디어(SNS)에 남겼다. 그는 2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렇게 썼다.

마지막 짐 챙긴 이승엽 SNS에 글 #“KBO서 제안하면 홍보위원 활동”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짐을 챙기기 위해 오랜만에 삼성라이온즈파크를 방문했다. 짐을 챙기고 자리에 위에 있던 36번 번호판을 기념으로 가지고 왔다. 아마 오래도록 제 방 한 켠에 간직할 것 같다’.

1995년 삼성에 입단한 이승엽은 아시아 한 시즌 최다홈런(56개), 프로야구 통산 최다홈런(467개) 등 많은 기록을 세웠고, ‘국민타자’로 불렸다. 2004년 일본에 진출했다가 2012년 삼성으로 돌아온 그는, 팀을 세 차례 더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올 시즌을 끝으로 글러브를 내려놨다. 이승엽은 “많은 분과 함께 했다. 힘들 때도 좋을 때도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함께 응원해 주고 손뼉 쳐 주고 기뻐해 주고 슬퍼해 줘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그는 또 “정말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나는 그저 좋아하는 야구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즐겁게 경기하며 지낸 것뿐인데,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승엽은 은퇴경기였던 지난 10월 3일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연타석 홈런으로 작별인사를 대신했다. 이후 방송·강연·행사 등으로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선수 시절 챙기지 못했던 가족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은퇴 후 선수 시절 못해본 경험을 하고 있다. 가까이서 팬들을 만나고 인사할 때마다, 오히려 (팬들이) 내게 고맙다고 많이들 말씀해준다”며 “내가 더 감사하다”고 말했다.

팬들이 가장 궁금한 건 역시 이승엽의 진로다. 방송 해설자 제안을 고사한 그는 최근 “KBO에서 제안이 온다면 홍보위원으로 나설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 ‘국보급 투수’로 불렸던 선동열 국가대표팀 감독도 은퇴 직후 KBO 홍보위원으로 활동했다.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고민 중”이라는 이승엽은 팬들에게 한 가지를 약속했다. 그는 “지금까지 받은 사랑과 관심을 많은 분에게 돌려주고, 어려운 주변 이웃을 챙기는 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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