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MONY’ 오타 때문에 2100만원 물어낼 뻔한 사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타가 보이십니까?’… 해당 책 상단 ‘THE GIG ECONOMY’에서 ‘ECOMONY’로 오기돼 있다(왼쪽 사진). [사진 출판노조ㆍ중앙포토]

‘오타가 보이십니까?’… 해당 책 상단 ‘THE GIG ECONOMY’에서 ‘ECOMONY’로 오기돼 있다(왼쪽 사진). [사진 출판노조ㆍ중앙포토]

책표지 상단에 ‘ECOMONY’ 오타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2000만원이 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휘말릴 뻔한 출판사 직원의 사연이 알려졌다.

한 출판사는 지난 9월 도서 기획ㆍ편집 등을 총괄하는 팀장으로 근무했던 김모(45)씨에게 22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는 지난 5월 해고된 상태였다. 논란이 일자 해당 출판사는 소송을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책은 『긱 이코노미』(2017)다. 이 책 상단과 옆면에는 ‘THE GIG ECONOMY’가 적혀야하는데 ‘ECOMONY’로 오기돼 있었다. 당시 김 팀장은 이 오타를 잡지 못했다. 책이 출간되기 전까지 편집, 디자인, 인쇄 등 다양한 절차를 거쳤지만 직원 그 누구도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김씨와 출판사는 이미 출고된 뒤 독자들의 제보로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출판사는 일단 출고한 도서를 회수해 표지부터 교체하고 이후 책 본문까지 수정해 재출고했다.

소장에 따르면 2130만원은 책 표지의 오타 ‘ECOMONY’와 관련된 금액이다. 출판사는 “표지 오타로 인해 사실상 책을 정상적으로 판매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면서 김씨에게 선인세 및 수수료 1650만원, 용지비 16만원, 표지인쇄비 44만원, 본문인쇄비 25만원, 광고비 390만 원 등 총 2130만원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해고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한 보복성 소송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 측 출판노조 측은 “김씨가 오타 사건 직후인 지난 5월 회사로부터 해고통보를 받고 이에 불복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이후 김씨와 출판사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한 합의를 지난 8월 17일에 마쳤다. 그러다 출판사가 9월 11일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법원에 접수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니까 김씨는 출판사와 복직 대신 400만원을 받는 걸로 합의했는데, 이후 출판사가 합의한 지 한 달도 안돼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한 것이다.

문제가 된 『긱 이코노미』(2017)의 표지. [사진 출판노조]

문제가 된 『긱 이코노미』(2017)의 표지. [사진 출판노조]

또 김씨는 지난 27일 한 매체의 인터뷰에서 “실제 오타로 인해 발생한 직접적인 비용은 100만원도 채 안 되는 85만원 수준”이라며 “광고비나 선인세까지 청구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해당 출판사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해당 편집자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편집자는 다른 표지 실수도 있었다”며 “회사의 손해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받고 싶었다. 우리도 사정이 있었다” 등의 입장을 밝혔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