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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기대주 감독들이 꿈꾼 '어떤 극장'

중앙일보

입력

서울독립영화제2017 개막작 #'너와 극장에서' 유지영&정가영&김태진 감독 인터뷰

서울독립영화제2017 ‘너와 극장에서’ 유지영 & 정가영 & 김태진 감독 / 사진=라희찬(STUDIO 706)

서울독립영화제2017 ‘너와 극장에서’ 유지영 & 정가영 & 김태진 감독 / 사진=라희찬(STUDIO 706)

[매거진M] 당신에게 극장은 어떤 곳입니까. 서울독립영화제2017의 개막작 옴니버스영화 ‘너와 극장에서’가 묻는다. ‘극장’이란 주제로 공모한 단편 시나리오 중 세 편을 뽑아 각 1000만원의 제작비와 후반작업을 지원해 완성했다. 그 주인공 유지영, 정가영, 김태진 감독에게 그들 각자의 영화관에 관해 물었다.

‘극장 쪽으로’ 유지영 감독

‘극장 쪽으로’

‘극장 쪽으로’

대구에서 건물 안내원으로 일하느라, 서울에서 이곳에 혼자 내려와 사는 선미(김예은). 그는 집에서도, 밥 먹을 때도, 퇴근할 때도 늘 혼자다. 그런 그에게 누군가 ‘오오극장에서 만나요’란 쪽지를 보낸다. 그날 저녁, 그는 극장에서 누군지 모를 그 사람을 기다린다. “시나리오를 쓸 때, 외로움이란 감정에 꽂혀 있었다. 극장이라고 하면, 흔히 낭만적인 만남, 데이트를 떠올리지 않나. 그걸 뒤집어 보자는 데서 출발했다.” 늘 혼자 되기를 자처하는 선미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곳, 극장. 영화는 그 기대를 보기 좋게 배반한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선미의 하루를 보여 주는 흑백의 영상, 담배 사러 극장을 나선 선미가 미로 같은 골목을 돌고 도는 10분여의 장면이 그 외로움을 극대화한다.

‘극장 쪽으로’ 유지영 감독 / 사진=라희찬(STUDIO 706)

‘극장 쪽으로’ 유지영 감독 / 사진=라희찬(STUDIO 706)

“대구를 낯선 곳으로 느끼는 인물의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나는 서울에 오면 이방인이 된다. 그건 성격 탓이기도 하고, 다시 대구로 돌아갈 거란 생각 때문에 자신을 고립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다시 대구에 내려가 영화를 만들고 있는 유지영(33) 감독. 장편 ‘수성못’(2016)이 대구를 지독하게 벗어나고 싶었던 시절의 이야기라면, ‘극장 쪽으로’는 그가 서울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거꾸로 투영한 이야기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 외로움은 선미뿐 아니라 모두의 것으로 확장된다. “누군가와 소통하는 데 실패하는 게 두려워서, 스스로 그 실패를 영화로나마 직면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극장에서 한 생각’ 정가영 감독

‘극장에서 한 생각’

‘극장에서 한 생각’

장편 ‘비치온더비치’(2016) ‘밤치기’(2018년 개봉 예정), 단편 ‘조인성을 좋아하세요’(2017)로 독립영화계의 주목을 받는 정가영(27) 감독. 그는 늘 실제 자신을 투영한 ‘가영’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만든다. 그래서 작품의 이야기 안에서 오롯이 빚어지는 극적 긴장뿐 아니라, 그 이야기가 영화 밖 현실과 얼마나 닮았는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들 말이다. ‘극장에서 한 생각’도 그렇다. 영화감독 가영(이태경)은 극장에서 GV(Guest Visit, 관객과의 대화)에 나선다. “극장보다 내 방에서 영화를 보는 게 편하다”는 등 가영의 솔직한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가 얼마 전 유부남과 사랑에 빠졌던 적이 있다고 말하면서 극장 분위기는 점점 극한 긴장 속으로 빠져든다.

‘극장에서 한 생각’ 정가영 감독 / 사진=라희찬(STUDIO 706)

‘극장에서 한 생각’ 정가영 감독 / 사진=라희찬(STUDIO 706)

“요즘은 극장에 가지 않고, 불법 다운로드로 자기 방에서 영화를 보는 사람도 많지 않나. 지금 극장이 처한 현재를 담아 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GV. “지난해 ‘비치온더비치’가 개봉했을 때 GV를 하면서 여러 생각을 했다. 감독으로서 이제 막 영화를 본 관객과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눈다는 게 어색하기도 한데, 그 안에서 재미를 느낄 때도 있다. GV에 대해 애증의 감정을 느낀다고 할까.” 영화의 끝에, 역시나 정 감독이 직접 등장한다. “난 내가 제일 신기하고, 가장 궁금하다. 그래서 실제 나와 교집합을 이루는 캐릭터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것 같다.” 맞다. 우리도 그게 재미있다.

‘우리들의 낙원’ 김태진 감독

‘우리들의 낙원’

‘우리들의 낙원’

“영화 한다고 하면, ‘노는 사람’이라는 취급을 받을 때가 있다. 남들처럼 일 안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노는 사람.” ‘우리들의 낙원’은 영화 좋아하는 민철(오동민)을 직장 상사 은정(박현영)이 찾아 나서는 로드무비다. 그 과정에서 은정은 민철을 아는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일 못하는 직원’ 민철에게 미처 알지 못했던 면모가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영화광 민철이 그렇게 쓸모없는 존재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는, 그리하여 김태진(27) 감독에게는 자신을 비롯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인 셈이다.

‘우리들의 낙원’ 김태진 감독 / 사진=라희찬(STUDIO 706)

‘우리들의 낙원’ 김태진 감독 / 사진=라희찬(STUDIO 706)

민철을 찾아가는 은정의 여정에 민철의 학창 시절 친구 정우(서현우)와 그의 연인 혜진(김시은), 영화 기자 선영(한해인)이 합류하고, 그들은 결국 극장으로 향한다. 지지난해까지 서울아트시네마가 있던 낙원상가 일대와, 지금 서울아트시네마가 자리한 서울극장, 서울 종로 일대가 그 무대다. “부산에서 살다 스무 살에 처음 서울에 올라와서 계획한 일이 ‘멀티플렉스를 제외한 서울의 모든 극장에 가보는 것’이었다. 그때만 해도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라, 새로운 극장에 갈 때면 늘 길을 헤맸다. 특히 대학로의 하이퍼텍나다, 중구의 중앙시네마 같은 극장들. 또 상징적 의미가 있는 서울아트시네마에 얽힌 추억을 영화의 배경으로 삼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민철은 누군가와 함께 영화를 본다.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우리들의 낙원’(1938), 이 따뜻한 영화를.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사진=라희찬(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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