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통합 사실상 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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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평민당이 재야를 영입, 당 지도체제를 바꾸는 등 당 체제개편을 마무리하고 민주당도 무소속 의원들을 받아들여 당 체제를 조만간 총선 체제로 전환시키기로 함에 따라 그 동안 야권내부에서 여러 갈래로 모색되던 야권통합 노력은 사실상 무위로 돌아갔다.
이로써 야권은 민주·평민당 및 재야 신당 추진세력으로 3분된 채 총선에 임할 수밖에 없게 됐으며 앞으로 선거법 협상결과 등에 따라 부분적인 이합 집산은 있어도 전반적인 야권개편은 총선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평민 당은 2일 당무·지도 위원 및 소속의원 연석회의를 열고 당 체제를 재야 측의 요구대로 7인의 최고위원으로 구성되는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하고 최고위원 3명을 재야 측에 할애키로 했다.
회의는 당 체제 전환을 위한 전당대회의 시기문제에 대해 총선 전과 총선 후의 양론이 있었으나 이 문제는 김 총재가 입당할 재야의 당무위원들과 협의를 거쳐 결정토록 위임했는데
총선 전략 차질문제 등과 관련해 총선 후 개최가 확실시되며 그때까지는 임시 방편 식 「합의제」형태로 운영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평민 당은 이날 이 같은 결정으로 지도체제와 당의 성격에 있어 획기적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재야 측은 이에 앞서 1일 하오 평민 당에 입당할 89명의 명단을 전달했는데 재야 측은 이 자리에서 당 체제 전환 외에 총선 전 임시 전당대회소집, 최고위원 7명 중 재야인사 3명 선임, 당의 최고 의결기구인 당무위원구성의 5대5비율 배정 등을 요구했고 평민 당 측은 이를 원칙적으로 수락했다.
평민 당에 영입되는 재야인사는 문동환 전 한신대 교수 등 교수 10명, 이상수 국민 운동본부 민권위원장 등 변호사 5명, 방용석 전 한국 노동자 복지협의회 위원장 등 노동운동가 5명, 서경원 전 카톨릭 농민 회장 등 농민운동가 3명, 우종범 국민운동본부 도시 빈민위원회 공동 대표 등 7명, 고영근 민주기도회 회장 등 종교인 3명, 양성우 씨 등 문인 4명, 임채정 전 민통련 사무차장 등 민권운동가 22명, 배은심 씨 (고 이한열 군 어머니)등 민가협회원 2명, 원성묵 국민운동본부 홍보차장 등 학생운동 출신 41명 등 1백2명이다.
민주당은 2일 평민 당을 탈당한 유제연·김현수·김성식 의원과 이관형씨(전 의원) 등을 영입하고 빠른 시일 안에 당을 총선 체제로 전환시킬 방침이다.
김영삼 총재는 이날 핵심 측근들과 협의, 앞으로 평민 당과 재야·무소속에 대한 통합노력을 계속하되 선거법 협상 등을 민주당이 주도해 제1야당의 입장에서 정국의 주도권을 잡고 총선에 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로써 민주당 원내 의석은 54명이 됐다.
한편 무소속 의원 등 야권 통합 회 측은 민주·평민당 등 3자 통합노력을 계속하되 재야 측과 신당을 만들거나 별도의 정치단체구성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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