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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그와 억지로 친구가 되려 하지 말아라!”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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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상회담이 다음 달 열린다는 소식이다. 기대도 많고, 또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역시 시진핑의 생각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대응할 수 있다. 오늘 그 얘기를 해보자.

중앙일보에는 '중국연구회'라는 사내 중국 공부 모임이 있다. 12년 역사를 갖고 있는 공부 동아리다. 요즘도 매달 한 번씩 전문가를 모셔 고견을 듣는 시간을 갖는다. 지난주에는 안치영 인천대 교수를 모셨다.

중앙일보 중국연구회에서 '시진핑의 생각'을 강연하고 있는 안치영 교수. [사진 차이나랩]

중앙일보 중국연구회에서 '시진핑의 생각'을 강연하고 있는 안치영 교수. [사진 차이나랩]

안치영 교수는 이번 19차 당대회 연설에서 드러난 시진핑의 국정 이념을 '사회주의+민족주의'라고 설명했다. 명쾌하다. 그의 강연에 필자 생각을 더해 시진핑의 생각을 가늠해본다.

우선 사회주의를 보자.

시진핑이 말한 사회주의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다. 개혁개방 초 덩샤오핑이 주창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른 게 있다면 '시진핑 신시대'라는 말이 추가됐다.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 당장에는 그렇게 올랐다.

필자는 이를 '나는 덩샤오핑과는 다르다'라는 선언으로 봤다. '덩샤오핑 시대(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와 결별하고, 시진핑의 시대를 열겠다는 뜻이다. 마오쩌둥, 덩샤오핑 시대에 이은 시진핑 시대로의 진입이다. '레드 차이나 3.0' 시대다.

뭐가 다르냐?
사회 모순을 보는 시각이 다르다.

덩샤오핑 시기의 사회 주 모순은 절대적인 빈곤이었다. 잘 살아야 했다. 그래서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고 외쳤다. 그러나 지금의 주 모순은 상대빈곤이다. 잘 사는 지역과 못 사는 지역의 격차다. 한 도시에서도 빈부 격차가 심화됐다. 덩샤오핑 시대 이후 진행되어 온 '돈을 보고(向錢看)달려라!' 풍조가 낳은 모순이다. 도시 빈부격차의 상당 부분은 부패와 연관된 적폐다. 이걸 해소해야 한다.

어떻게?

시진핑의 선택은 '당(黨)'이다. 당이 동, 서, 남, 북, 그리고 가운데(中)까지 모두 영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당 건설 작업이다. 장쩌민 시기, 후진타오 시기 풍미했던 '국퇴민진(國退民進, 국가는 물러서고 민간이 나선다)'에서 거꾸로 '국진민퇴(國進民退, 국가가 나서고 민간이 빠진다)'로 가는 것이다. 중국은 당-국가 체제다. 국가를 당으로 바꿔도 그게 그 말이다.

앞으로 모든 영역에 당의 손길이 미칠 것이다. 실제로 민간 IT 업체에도 당위원회가 확산되고 있고, 심지어 해외 대학의 중국 분교에서도 당위원회가 만들어진다는 보도가 있었다. 당 기율검사위의 반부패 드라이브는 지속될 것이다. 우리 정부도, 기업도 공산당을 더 연구해야 할 이유다.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두 번째 민족주의를 보자.

'중국몽'을 생각하면 된다. 중국몽은 한 마디로 '중화민족의 화려했던 역사를 부흥시키자'는 것이다. 이번 당대회에서 제시된 '2050년 미국을 능가하는 현대 국가 건설'이라는 목표도 중국몽과 맥이 닿아있다. 중국인들은 지금 "조금 있으면 우리 중화민족이 세계를 호령하게 된다"라는 꿈에 부풀어있다. 민족주의 슬로건만큼 국민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어젠다는 없다.

중국은 그동안 서방 세계를 기웃거렸다. 많은 지식인들이 서방의 자유 민주주의를 선망했다. 그러나 2008년 자본주의의 본산이라는 월스트리트에서 금융 위기가 터진 뒤로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은 지금 생각이 바뀌고 있다. '서방의 모델이 과연 만능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서구 민주주의는 쇠퇴하고 있다. 모델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중국 방안(차이나 모델)'은 개발도상국에 유력한 성장 방식을 제시할 것이다. -가오주구이(高祝貴)중앙당교 교수

그게 바로 시진핑의 시각이다. 그는 세계 정세가 '탈서구화(Post-West)'하고 있다고 본다. 그 이후의 세계는 블록화다. 아시아에도 블록화가 진행될 것이며, 그 핵심은 중국이라고 여긴다. 그들은 중화질서를 꿈꾸고 있다. 겉으로는 개방과 포용을 내세우면서도, 그 질서에 도전하려는 주변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모습 말이다.

그게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달 마주하게 될 인물이다. 사회주의와 민족주의로 무장한 강력한 정치 실체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중국은 우리의 파트너다. 친구는 아니다(China is our partner. It is not our friend)

파이낸셜타임스의 유명 칼럼니스트인 마틴 울프가 한 말이다(FT, 11월 1일자). 그는 "강력한 한 지도자(시진핑)가 통치하는 중국은 레닌식 독재 체제에서 강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하면서 "그러나 서방으로서는 중국과의 협력 이외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파트너가 되어야 할 이유다. 그렇다고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는 아니다. 생각이 다르고, 인식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울프는 "중국이 자국 모델 수출에 나서면서 서방과 중국간 체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견하기도 했다. 이데올로기 전쟁이다. 거기에 '친구'가 끼어들 여지는 없다.
남의 얘기가 아니다. 마틴 울프의 지적은 우리에게도 꼭 적용되는 말이다.

중국은 우리의 정치와 경제, 안보 등의 모든 면에서 함께 협력해야 할 대상이다. 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한반도 평화를 이뤄내고, 우리 기업 상품의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 일대일로도 함께하고, 녹색 성장도 함께 해야 한다. 주변 지역의 정세 안정이 필요한 중국 역시 우리와의 협력이 절실하다. 그런 점에서 파트너다.

그렇다고 '친구하자'라고 나설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는 사드 사태를 지나며 중국이 분명 우리와는 다르다는 걸 확인했다. 그들은 함께 가치를 공유하며 지내는 친구가 아닌, 그냥 쿨하게 협력해야 할 파트너일 뿐이다. 억지로 친구하자고 달려든다면 부작용만 발생한다. 상대는 쿨하게 나오고 있는데 괜히 우리만 몸이 달아 달려든다면, 그래서 나온 정책은 패착이 되기 쉽다. 지금 상황이 혹 그런 건 아닌지 당국자들은 돌아볼 일이다.

'쿨(cool)한 파트너'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마틴 울프의 얘기를 다시 들어보자.

서방은 두 가지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첫째 중국과 척지지 않는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어떻게 경제적,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느냐에 있다. 둘째 민주주의의 가치를 부활시키고, 역동적이고 포용적인 경제 시스템을 회복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중국에 대한 기술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느냐, 역동적인 시장경제 시스템을 회복할 수 있느냐, 정치 개혁을 단행할 수 있느냐 등에 서방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얘기다. 우리에게 던지는충고이기도 하다.

차이나랩 한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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