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 재조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최근 경제기획원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사인 통계를 보면 40대 남성의 사망률이 세계1위를 차지하고 있어 불명예스런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현상은 대기오염·식품오염 등 물리적인 원인도 있지만 사실은 그보다 40대들이 갖는 사회적인 압박·스트레스 등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 되고 있다.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주 걸리는 병은 장티푸스나 이질 같은 급성전염병 아니면 만성병으로 폐결핵에 걸려죽는 사람들이 많아 평균수명도 50세를 크게 넘지 못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생활정도가 올라가자 전염병대신 비전염병이 늘어나고 그 중에서도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인 불안정 때문에 생기는 이른바 심신병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전문가들의 추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여자는 남자보다 6∼9년쯤 오래 산다. 그중 가장 큰 원인을 든다면 여자에 비해 남자가 산업사회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고 스트레스나 불안·초조 같은 정서적 부담을 더 안게되고, 따라서 심신병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정신병중 전형적인 정신분열 증는 별로 늘어나지 않았지만 정신신경증환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위장병의 3분의2 이상이 정서적 불안정과, 깊은 관계를 갖고 있으며 고혈압이나 당뇨병의 중요한 위험인자로도 정신적·정서적 불안정이 손꼽히고 있다.
육체적인 증상을 호소하는 심신병의 경우에는 본격적인 진료를 받아야겠지만 우선 어설픈 건강지식을 믿고 건강관리법에 매달려 쓸데없는 식품금기나 자가전단·자가투약을 일삼는 건강염려 증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채식만 하면 오래 산다고 육식을 전혀 하지 않는다거나 특정식품만이 강정·강장식품이라 해서 장복하거나 지레짐작으로 간장치료제만 먹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많은 학자들이 말한바와 같이 오늘날 우리는 섭생의학의 시대에 살고 있다.
잘 먹고 잘 자고 부지런히 일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사는 것이 건강의 으뜸이다.『병은 마음에서』라는 말이 있듯이 너무「건강, 건강」을 찾다보면 오히려 건강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건강염려 증에서 해방되어 자신의 일에 전력투구하는 삶의 자세야말로 현대인에게 가장 좋은 양생법이라 할 수 있다.
허정|<서울대 보건대학원교수>

<필자 약력>|(56세)
▲서울대의대 대학원(의부)
▲미국 미 네소타주립대(보건학 석사)
▲서울대 보건대학원장, 한국노년학회장 등 역임
▲현 서울대보건대학원 교수(보건행정학)
▲현 WHO서태지역 의학연구자문위원장 유전자 실험 중 첫 감염 발생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