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D-3 … 전문가 10명 중 9명 “금리 올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1면

금융시장의 시계는 30일에 맞춰져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가 열리는 날이다. 관심사는 내년 3월 말 물러나는 이주열 총재가 재임 중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느냐다. 이날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2011년 6월 이후 6년5개월 만의 금리 인상이다.

올해 성장률 3% 예상 회복세 뚜렷 #소비자심리도 7년 만에 최대치 #가파른 원화 강세, 가계부채가 변수 #내년 금리인상 전망 ‘1회’ 가장 많아 #“미국 기준금리 빠르게 상승하거나 #집값 안 잡힐 땐 오름세 계속될 듯”

시장은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24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169%로 마감했다. 지난 14일에는 2.211%까지 상승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기가 금융완화의 정도를 조정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도 등장했다.

10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위원 2명이 조만간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중립 성향으로 분류된 함준호 위원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상 필요성을 시사하며 시장의 기대는 굳히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중앙일보가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경제연구소 연구원 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응답자 10명 중 9명이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금리 인상의 근거(중복 응답)는 경기 회복(7명)과 통화 정책 정상화를 위한 금융완화 정도의 축소(7명)다.

금리 인상을 위한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3%로 예상된다. 소비 심리도 풀리고 있다.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6년11개월 만에 최대치(112.3)를 기록했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25.56% 올랐다. 반면 가계 빚은 지난 3분기 말 1419조원을 돌파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가 개선되는 상황 속에서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린 탓에 부동산시장이 과열됐다”며 “가계부채가 늘어나며 금융 안정을 해칠 수 있게 되면서 금융 완화 정도를 축소하기 위해 한은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홀로 동결을 전망한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부동산과 가계부채 대책의 효과를 확인할 시간이 더 필요한 데다 최근의 원화 강세를 감안하면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1월 인상이 더 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금리 인상이 결정되더라도 또다른 관전 포인트가 있다. 금리 인상에 반대하는 소수 의견이 나오느냐다. 향후 금리 인상 기조나 속도를 가늠할 수 있는 풍향계이기 때문이다. 소수 의견에 대한 전망은 동결을 포함해 5대 5로 팽팽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6년5개월 만에 금리를 올리면서 만장일치가 아니면 시장에 혼란스러운 신호를 줄 수 있는 만큼 만장일치로 가되 기자간담회에서 다음번 인상 시기와 정책 방향에 대해 유보적이며 신중한 입장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빚 상환 부담이 커지고 원화 강세가 이어지는 상황이 금리 인상을 제약하는 요인인 만큼 소수의견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만장일치더라도 의사록에서 다소 결이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금통위가 30일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연이어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을 것으로 연구원들은 예상했다. 내년도 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은 1회(6명)가 가장 많았다. 3명이 2회 인상을 예상했다. 시기는 하반기로 점쳤다. 신임 총재의 임기가 내년 4월 시작되고 6월 지방선거 등의 변수가 있어서다.

국내 금리 인상 속도를 좌우할 최대 변수(중복 응답)로는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3명)와 가계부채(3명), 경기 흐름(3명)을 꼽았다. 내년 미국의 금리 인상 횟수는 2회(4명)와 3회(3명)로 예상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은이 내년에 1회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미국이 기준금리를 더 빠르게 인상하거나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고 유가가 오르면 추가 1회 인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4일 연례협의를 한 뒤 ‘한국은행이 2회 정도 기준금리를 올려도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밝혔듯 1.75%까지 기준금리를 올리는 데 금통위가 크게 고민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조현숙 기자 hyunoc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