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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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흐루시초프」의 비행기가 한밤중 동구하늘을 날다가 부시착 했다. 창밖으로 손을 내밀었더니 몽둥이 같은 것이 손에 걸렸다.『아아, 여기는 폴란드구나!』
드디어 비행기를 고쳐 이륙했는데 그만 또 고장이 났다.
어느 곳에 불시착해 역시 손을 내밀었더니 몽둥이로 후려치는 것이었다.『아이구! 여기는 헝가리로구나!』
비행기는 다시 떠서 날다가 한참만에 또 불시착 해야했다. 창 밖으로 손을 내놓았더니 손 등에 키스가 쏟아 졌다.
『어어, 여기는 체코로 구나.』
비행기는 끝내 고장을 잡지 못하고 어딘가에 내려 버렸다. 손을 내밀었더니 손목시계를 누가 잡아당겼다.
『아아, 드디어 조국에 돌아왔구나.』
이 얘기는 일본 하출서방사간『스탈린 조크』집에 나오는 우스갯소리지만 무엇인가 짐작하게 하는 것이 있다.
요즘 한국주재 헝가리 무역사무소를 차리기 위해 서울에 온 헝가리 사람의 얼굴표정은 양순하고 따뜻한 인상이다. 공산권 사람들 특유의 음산하고 굳어있는 얼굴이 아니었다.
헝가리는 동구권에서 유일하게 선거에 의해 사회주의 국가가 된 나라다. 1949년 5월 총선에서 공산당과 사회민주당이 합당해 만든 근노자당이 총4백2석 가운데 2백88석을 차지했다. 여기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곡절이 있었지만, 전후(2차대전) 천정부지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던 헝가리 국민들이 선택한 일이었다.
그러나 7년 만에 헝가리 폭동이 일어났던 것은 헝가리 사람들의 본심을 잘 드러내 보여준 셈이다. 같은 동구권 국가라도 헝가리는 우선 공기가 다르다. 특히 경제분야에선 68년부터 개방정책을 추구해 서구세계와는 경제외교를 활발하게 벌여왔다.
신선하고 활기찬 경제바람은 사람들의 얼굴을 밝게 만들고 생각 속에도 윤기를 불어넣었다. 수도 부다페스트의 거리풍경은 서방세계 어디에 옮겨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넘쳐 있다.
인구 1천64만 명, 민족은 동양의 피가 섞인 마자르인, GNP 7백70억 달러, 1인당 국민소득 7천2백달러. 헝가리를 비롯한 동구권은 이제 우리와는 먼 나라들이 아니다. 당장 우리나라 증권시장에까지 바람을 일으킬 만큼 가까워져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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