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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뱅 삐따오 영입 후 명성 얻은 끌로 드 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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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9호 28면

와인 이야기

지하 저장고 계단에 전시된 끌로 드 따 와인.

지하 저장고 계단에 전시된 끌로 드 따 와인.

지난달 말 부르고뉴의 그랑 크뤼 33개 중 하나인 ‘끌로 드 따(Clos de Tart)’ 포도밭이 프랑스의 억만장자 프랑수아 삐노(Francois Pinault)에게 팔렸다는 기사가 떴다. 가격은 2억5000만 유로(약 3217억원)로 추정된다고 한다(그는 세계적 명성을 지닌 보르도의 샤또 라뚜르(Ch. Latour)도 갖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끌로 드 따와 경계를 이루는 또 다른 그랑 크뤼인 ‘끌로 데 람브레이(Clos des Lambrays)’의 소유주는 프랑스 최고의 와인 샤또들(디켐·Ch. d’Yquem, 슈발 블랑·Ch. Cheval Blanc 등)과 명품 브랜드(루이뷔통, 디올 등)를 갖고 있는 LVMH그룹의 회장 베르나 아르노(Bernard Arnault)라는 것이다. 억만장자 둘이 이웃하며 와인 만드는 경쟁자(?)가 되었다는 얘기다.

‘끌로’는 수도원 소유 포도밭에 돌담으로 쌓은 경계를 뜻했는데, 현재는 넓은 의미로 포도밭을 의미한다. 끌로 드 따는 부르고뉴 ‘황금의 언덕’의 북쪽 부분에 해당하는 꼬뜨 드 뉘에 위치한 모레이 생 드니(Morey Saint Denis)에 있다.

마을은 30분 정도면 다 둘러볼 수 있는 크기지만, 기라성 같은 그랑 크뤼 포도밭이 4개(언급한 두 개와 끌로 생드니 Clos Saint-Denis, 끌로 들라 로슈 Clos de la Roche)나 있다. 그만큼 포도밭으로서의 가치가 뛰어난 곳이다.

끌로 드 따는 1142년부터 존재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씨또 수도회의 노트르담 드 따 수도원 소유였다가 프랑스 혁명 이후 일반인에게 매각됐고 1932년 보졸레 지역의 유명 와인상 모메쌍(Mommessin) 가문 설립자의 손자인 앙리 모메쌍이 구입했다. 그 후 1936~37년에 걸쳐 부르고뉴에서 그랑 크뤼 등급체계가 최초로 이루어졌고 1939년 이 등급체계에 합류했다. 하지만 이런 좋은 환경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걸맞은 명성을 80년대까지도 얻지 못했다.

전환의 계기는 1996년 양조가인 실뱅 삐따오(Sylvain Pitiot)를 디렉터로 영입하면서부터다(그는 부르고뉴 와인을 가장 상세하고 객관적으로 설명한 책 『Les vins de Bourgogne』의 저자이기도 하다). 실뱅의 지나칠 정도로 섬세한 양조방식은 오랜 세월 수많은 수도사들이 최고의 미사주를 만들기 위해 포도밭에 들인 정성을 마침내 다시 이끌어냈다.

오래 전 끌로 드 따를 방문했을 때, 실뱅은 내게 “토양은 석회질 점토와 돌들이 섞여 있다. 경사가 심해 침식되는 것을 막기 위해 포도나무를 수평으로 심었다. 포도밭을 여섯 구역으로 나누어 수확하고 양조도 서로 분리해서 한다”고 들려주었다. 이유는 “포도밭 윗 부분과 중간, 아래 부분의 토양 구성이 달라 포도 맛도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하 3층까지 마련된 오크 통엔 각 구역에서 온 와인들이 분리 숙성되고 있었다. 시음을 해 봤더니 점토가 많은 하층 와인은 색은 충분히 짙었고 타닌은 부드러웠지만 산도는 조금 낮았다.

반면 석회질이 풍부한 상층 부분의 와인은 색은 별 차이가 없었지만 거친 타닌과 더불어 산도가 좀 더 강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점토와 석회질이 잘 섞여 있는 중간 지점에서 수확한 것은 부드럽고 균형이 좋았으며 세련된 맛을 보여 주었다. 전체적으로 매력적인 은은한 오크 향과 농익은 과일의 풍미가 입안 가득하게 느껴졌으며 모레이 생 드니 지역 특유의 실크 같은 섬세함과 우아함이 있었다.

김혁 와인·문화·여행 컨설팅 전문가
www.kimhyu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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