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별거하자고 할 땐 언제고 이혼은 싫다네요

중앙일보

입력 2017.11.25 04:00

업데이트 2017.11.27 09:49

저와 아내는 불같은 연애를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남들처럼 결혼해서 아이들을 키우며 평범하게 살았죠. 세월이 흘러 세파에 시달리다 보니 부부의 사랑이 식어갔나 봅니다. 저는 한 직장에서 남들과 비슷하게 승진하고 직장생활을 했는데, 아내는 언젠가부터 제 월급이 적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친구 남편과 대놓고 비교하고, 저를 계속 무시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아내의 목소리는 계속 커졌고, 저는 집안에서 아내의 눈치를 보게 되었습니다. 집에 들어가는 것이 힘겹고, 아내가 무서워졌습니다. 아이들도 아내 말만 듣고 저를 무시하는 것 같아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성추행. [중앙포토]

성추행. [중앙포토]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제가 회사 회식자리에서 성추행을 했다는 오해를 받았습니다. 제가 울적한 기분에 술이 과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제가 성추행이라뇨. 절대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아내가 저를 위해 무엇을 해 줄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아내는 제 말을 전혀 믿지 않았고 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니 당분간 별거하자고 했습니다. 저는 심한 배신감을 느껴 고시텔로 옮겼습니다. 다행히 성추행 사건은 잘 해결됐지만 저는 아내가 있는 집에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고, 솔직히 들어가기가 싫었습니다.

배인구의 이상가족(28)
부부 쌍방의 책임으로 가정파탄
유책배우자 이혼 청구도 인정돼

그즈음 저를 이해해주는 여자를 만났습니다. 그 여자가 있어 살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 학원비, 관리비 등을 보내고 쥐꼬리만 한 용돈으로 연명하고 있는 저를 인간으로 대해줬습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그 여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했습니다. 그 여자가 운영하는 식당 앞에서 그 여자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더는 참을 수 없어서 아내에게 이혼하자고 했는데 먼저 별거를 제안했던 아내는 이혼을 원하지 않는답니다. 가정을 지키겠답니다. 그리고 제가 유책배우자라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합니다. 제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도저히 이렇게 살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제작 조민아]

[제작 조민아]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배우자와의 불화로 인한 고통은 인간이 경험하는 고통 중에서 가장 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불현듯 대문호 톨스토이의 고전 안나 카레리나의 유명한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다른 이유를 안고 있다'가 생각나는군요.

혼인관계가 심각하게 파탄 나 다시는 부부 관계를 회복할 수 없는데도 일방에게 배우자로 인한 고통을 계속 감내하면서 살라고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이죠. 대법원도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용인하지 않는 태도를 취하면서도, 이혼청구인의 책임이 상대방의 책임보다 더 무겁지 않거나 대등한 경우에는 이혼 청구를 인정했습니다.

이혼청구인의 책임이 상대방의 책임보다 무겁지 않거나 대등한 경우, 이혼 청구를 인정한다. [중앙포토]

이혼청구인의 책임이 상대방의 책임보다 무겁지 않거나 대등한 경우, 이혼 청구를 인정한다. [중앙포토]

대법원은 민법 제840조 제6호 소정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사유로 한 이혼심판청구에서 당사자 쌍방의 책임 있는 사유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경우, 청구인의 책임이 피청구인의 책임보다 더 무겁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청구인의 이혼청구는 인정돼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1990. 3. 27. 선고 88므375 판결)

사례자는 혼인 관계의 파탄이 본인 때문만이 아니라 부부가 함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재판부가 그렇게 판단하면 다행이지만, 재판과정에서 파탄의 책임이 사례자에게 더 있다고 인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내의 이혼 거부가 혼인의 실체를 상실한 외형상의 법률혼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 ▲진정으로 혼인관계를 유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기나 보복의 감정에 따른 것이라는 점 ▲현재와 같은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사례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준다는 점 ▲혼인관계 파탄에 대한 사례자의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의 중한 것이 아니라는 점 등을 입증해야 합니다. 그래야 민법이 정한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해당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우리 집 주변 요양병원, 어디가 더 좋은지 비교해보고 싶다면? (http://news.joins.com/Digitalspecial/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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