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형 코미디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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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KBS·MBC 양TV의 코미디물에서 「집단풍자 코미디」들이 간판역을 하면서 크게 붐을 이루고 있다. 현재방영중인 대표적인 코미디들은 K-TV의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코너를 비롯, 『도시의 천사들』『네로25시』와 M-TV의 『고독한 영웅』『만두집 사람들』 등.
이 같은 현상은 비룡그룹이라는 가공의 기업을 통해 물욕에 찬기업주와 그 밑에서 아부·모함으로 살아가는 이사들의 속물주의와 비애를 통렬하게 풍자한 『회장님…』코너가 최근 「마유미」사건까지 다루는 등 시사풍자 코미디로 공전의 인기를 누리자 이와 유사한 프로들이 잇따라 쏟아져 나오면서 나타나고 있다.
『도시의 천사들』은 암흑가의 무리를 역설적으로 지칭한 것으로 집단의 허위의식 등을 다루고 있다. 『네로25시』역시 로마의 폭군 「네로」의 이야기를 통해 독재자의 전횡과 그 밑에 기생하는 신하들을 풍자하고 있으며, 『고독한 영웅』은 선배와 후배들이 집단으로 나와 개그를 엮어가는데 M-TV는 이 코너를 『회장님…』코너와 대응시키기 위해 약간은 과장되게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만두집 사람들』역시 눈앞의 이익만 좇는 만두집 주인과 종업원이 벌이는 집단 풍자 코미디 유형에 속한다고
양TV 코미디물의 집단화현상은 우리사회가 산업화와 함께 개체보다는 조직이 삶의 전면에 등장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곧 한 개인의 행위가 우스운 것은 그가 속한 집단의 어처구니없음에 기인한다는 인식에서 출발된 것으로 이를 통해 우리사회를 희화화하려는 의도의 소산이다.
따라서 양TV의 집단 풍자 코미디들은 조직으로 이루어진 정치·경제·사회 각 부문을 다루면서 시청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코미디와 달리 어설픈 몸짓보다 뼈있는 대사에 의존하는 이 코미디들은 아직은 본격적인 사회풍자의 진수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이는 표현의 자유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웃기는 것에만 치중하는 제작방식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박해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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