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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이야기]감기처럼 우울증에도 '약'이 필요합니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권선미 기자]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특별하게 알리지 않아도 잘 팔리는 약이 있습니다. 임신을 막아준다는 응급피임약입니다. 노레보원이나 엘라원, 포스티노1정 등이 대표적입니다. 흔히 사후피임약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응급피임약은 예상하지 못했던 응급 상황에서 임신을 피하기 위해 복용합니다. 응급피임약은 여성호르몬 폭탄입니다. 먹는 피임약과 비교해 호르몬 농도가 4~6배 높습니다. 이를 통해 체내 여성 호르몬의 균형을 깨뜨린 다음 난자의 배란을 억제·지연시키면서, 자궁 내막이 두터워지는 것을 무너뜨려 수정란의 착상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임신을 막습니다. 여덟 번 째 약이야기에서는 안전을 위한 응급피임약 복용법에 대해 소개합니다.

Check 1. 응급피임약을 먹어도 임신할 수 있다(0)
응급피임약은 난자가 배란되기 전에 복용해야 피임효과를 온전히 얻을 수 있습니다. 늦어도 수정란이 자궁 내막에 착상하기 전에 복용해야 합니다. 대개 수정란이 나팔관을 거쳐 자궁내막에 도달해 착상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72시간입니다. 사람에 따라 착상에 이르는 시간은 조금씩 다릅니다. 응급피임약을 ‘언제’ 복용했느냐에 따라 약효가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응급피임약은 성관계 후 24시간 이내 복용하면 피임 성공률이 95%로 높습니다. 하지만 48시간으로 지나면 피임 성공률은 75%, 72시간 가량 지나면 피임 성공률이 42%로 뚝 떨어집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응급피임약을 먹었는데도 임신을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최근에는 72시간 이내 복용해야 한다는 시간적 한계를 120시간으로 늘린 약(엘라원)도 있습니다. 대체로 엘라원은 노레보원보다 피임성공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응급피임약을 먹었어도 100% 피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응급피임약을 복용한 후에는 2~3주 이내에 정상적으로 월경을 하는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만일 월경 예정일보다 5~7일 이상 월경이 늦어진다면 임신 가능성을 배재하기 어렵습니다. 다행히 응급피임약은 임신을 방해하는 약이기 때문에 태아에게는 해가 없습니다.

Check 2. 응급피임약을 먹은 다음에는 일정시간 피임효과가 유지된다(X)
응급피임약은 약을 복용하기 바로 직전에 있었던 ‘임신 가능성’만 차단합니다. 그 이후에 발생한 새로운 임신 가능성까지 예방하지는 못합니다. 응급피임약을 복용한 다음에는 그 다음 월경이 시작될 때까지 콘돔·살정제·자궁내 피임장치·피임용 캡 같은 국소 피임법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Check 3. 필요할 때마다 반복해 여러 번 복용해도 괜찮다(X)
응급피임약은 월경 한 주기에 1회 복용하는 것을 가정해 만든 약입니다. 한 달에 두 번 이상 먹으면 안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무시하고 습관적으로 한 달에 여러 번 혹은 매달 반복해 복용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커집니다. 우선 호르몬 체계가 무너져 월경주기가 불규칙해집니다. 월경을 아예 안하거나 반대로 자주하는 식입니다.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자궁내막에 문제가 생겨 자궁내막암에 걸릴 위험에 커질 수 있습니다.
물론 피임 효과도 떨어집니다. 응급피임약을 먹어도 임신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입니다. 반복해 응급피임약을 복용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피임 실패율이 4배 정도 높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장기간 피임을 하려면 응급피임약이 아닌 일반 피임약을 복용해야 합니다.

Check 4. 응급피임약을 3~4알 한꺼번에 먹으면 피임효과를 높일 수 있다(X)
결론부터 말하면 약효는 양과 상관관계가 전혀 없습니다. 응급피임약은 복용 시점이 더 중요합니다. 게다가 응급피임약은 그 자체로 여성호르몬을 고농도로 함유하고 있습니다. 한 알만으로도 여성호르몬이 권고량만큼 충분한 상태인데 여기에 추가로 복용한다고 피임 효과가 높아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속이 메스껍거나 구토·두통 같은 응급피임약의 부작용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Check 5. 응급피임약을 먹어도 몸에 큰 부담은 없다(X)
응급피임약은 비교적 안전한 약입니다. 그렇다고 부작용이 전혀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고농도의 여성호르몬에 노출된 다음에는 오심·구토·두통·어지럼증·유방통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개 일시적인 현상으로 24시간이 지나면 나아집니다.
드물지만 치명적인 부작용도 존재합니다. 자궁외 임신이 대표적입니다. 응급피임약은 자궁쪽으로 수정란을 밀어내는 나팔관 운동성을 떨어뜨립니다. 수정란이 자궁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나팔관에 머물러 있다가 착상돼 자궁이 아닌 곳에서 임신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자궁외 임신을 빨리 발견하지 않으면 나팔관 파열로 출혈이 심해지면서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 약을 먹은 후 심한 출혈이나 아랫배 복통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가 이를 확인해야 합니다.

Check 6. 응급피임약을 먹고난 다음에 속이 울렁거려 토했으면 약효가 없다(△)
구토는 응급피임약의 일반적인 부작용 중 하나입니다. 응급피임약을 복용한 사람의 50%는 메스꺼움을, 20%는 구토 증세를 경험합니다. 약 복용 후 24시간이 지나면 증상이 누그러집니다.
만일 약을 복용한지 2~3시간 이내 구토를 했다면 응급피임약의 체내 흡수율이 떨어집니다. 따라서 확실한 피임을 위해 즉시 한 알을 더 복용할 것을 권유합니다. 응급피임약은 식사와 상관없이 복용할 수 있습니다. 또 월경주기 어느 시점에서도 복용할 수 있습니다.

Check 7. 응급피임약은 산부인과에서만 처방받을 수 있다(X)
응급피임약은 전문의약품입니다. 따라서 의사의 처방전을 제시해야 약국에서 약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응급피임약은 여성의 몸 상태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산부인과에서 처방받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시간에 따라 피임효과가 떨어지는 응급피임약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가정의학과·내과·이비인후과 병·의원에서도 처방받을 수 있습니다.

Check 8. 뚱뚱하면 응급피임약의 약효가 떨어진다(△)
일부만 맞습니다. 레보노스르게스트렐 성분의 응급피임약인 노레보원이 이에 해당합니다. 노레보원 성분의 응급피임약은 몸무게가 75㎏이상인 여성이 복용하면 약효가 떨어지고, 80㎏가 넘으면 효과적이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이같은 내용을 검토해 허가사항에 반영했습니다. 다만 울리프리스탈 아세테이트 성분의 응급피임약인 엘라원은 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도움말: 가천대 길병원 산부인과 전승주 교수,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유은희 교수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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