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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빅 브러더’ 망령 불러낸 구글의 마구잡이 위치정보 수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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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구글이 자사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사용자들의 위치정보를 무단 수집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쿼츠에 따르면 구글은 올 초부터 11개월간 사용자 동의 없이 위치정보를 모아 구글 본사 서버에 자동 전송했다. 심지어 사용자가 위치정보 서비스를 해제했거나 통신용 유심칩을 제거한 스마트폰도 인터넷에 연결돼 있으면 위치정보가 전송된 것으로 드러났다. 마치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속 절대권력 ‘빅 브러더’의 망령을 보는 듯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국내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OS 점유율은 80%를 넘어선다. 국민 대다수가 구글의 무단 정보 수집 대상자였다는 얘기다.

현행 법률은 이용자 동의 없이 위치정보를 수집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생활 침해는 물론 범죄 악용 소지가 있어 위치정보 수집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보기술(IT)의 발달로 개인 정보 무단 수집은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구글의 인공지능(AI) 스피커 ‘구글 홈 미니’도 최근 버튼 센서에 오류가 발생해 사용자 음성을 무작위로 구글 서버에 보냈다.

이런 문제는 IT 기업의 신기술 개발과 사용자 확보 경쟁에서 빚어지고 있다. 양질의 빅 데이터가 있어야 4차 산업혁명에서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 역시 “메시지 전달 속도와 기능을 향상하기 위해 셀 ID코드로 위치정보를 알아내 서버에 보냈지만 저장하지 않고 즉각 폐기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빅 브러더처럼 사용자의 허락 없이 개인정보까지 무단 수집하는 것은 엄연한 사생활 침해다. 더구나 개인정보보호법을 강화시키는 빌미를 제공해 4차 산업혁명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을 왜 모르는가. 방송통신위원회는 위법 사항을 철저히 파악해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