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북 미사일 방어용 사드는 중국과 협의 대상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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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중국이 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지난 22일 베이징에서 열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사드 문제의 단계적 처리에 대해 일부 합의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에 강 장관은 어제 기자 설명회에서 “(중국의 요구를) 귀국하면 국방부에 전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른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한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사드의 기술적 측면 설명 ▶성주 기지에 대한 현지 조사 ▶사드 레이더의 중국 방향에 대한 차단벽 설치 등 구체적인 요구까지 했다는 것이다.

성주에 배치된 사드에 대한 중국의 요구는 어처구니가 없다. 사드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탄두 미사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이런 방어수단을 두고 중국이 이래라저래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내정간섭이다. 더구나 사드 체계는 한국군이 아니라 미군의 자산이다. 사드 기지 또한 미군부대로 주한미군사령관 관할이다. 따라서 중국이 우리 정부에 대해 사드 레이더에 차단벽을 설치하라는 등의 요구는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 사드 레이더의 탐지거리는 800㎞여서 중국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그 탐지거리 밖에 있다.

정부 태도는 더 심각하다. 강 장관 말대로라면 12월 한·중 정상회담 이전에 양국 국방부가 주한미군 사드 문제를 협의한다는 것이다. 미군 자산을 두고 한·중이 뭘 어쩌자는 것인가. 한·미 동맹을 해치자는 것인가. 정부가 중국에 대해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는다는 등의 ‘3No’ 입장을 표명한 것부터 잘못됐다. ‘3No’에도 없는 ‘사드의 단계적 처리’를 중국이 언급했지만 정부의 해명은 없다. 이제라도 정부는 사드에 관한 한 더 이상 어물쩡한 태도를 버리고 국민에게 명확하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중국도 사드를 꺼내기 전에 북한의 비핵화부터 앞장서서 압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