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집착 말고 인재 풀 넓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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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청와대가 지난 22일 고위공직자 임용 배제 기준을 발표했다. 고위 공직자 임용 배제 7대 기준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5대 비리(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전입, 논문 표절)에 성 관련 범죄, 음주 운전을 새롭게 포함했다.

전문가가 본 ‘고위직 배제 7대 기준’ #이원종 “주변에 집요하게 물어봐라” #김광웅 “인사권, 정권 전유물 안 돼” #유인태 “천하 인재 구하는 게 협치” #김명식 “정치적 잣대로 검증 말아야” #곽상도 “검증 기준 국회 공론화를”

하지만 이번 인사 기준을 놓고 야당을 중심으로 ‘사후 약방문’ ‘사후 면죄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을 끝으로 1기 내각 구성을 마무리한 뒤 기준을 내놓아 눈총을 샀다.

김영삼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인사를 담당했거나 검증에 참여했던 전직 청와대 인사 5명은 대통령과 청와대의 인사 철학이 근본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김영삼 정부),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김대중 정부 중앙인사위원장), 유인태 전 청와대 정무수석(노무현 정부), 김명식 전 청와대 인사기획관(이명박 정부),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박근혜 정부) 등이 조언과 경고를 동시에 내놨다.

이명박 정부 때 인사 라인에 있었던 김명식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청와대 발표 기준에 충족하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많이 있지만 여기에다 전문성과 능력을 갖춰야 하고 또 정치적으로 지역과 학교까지 다 고려하면 더욱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 때의 유인태 전 수석은 그래서 “인사의 풀을 넓혀야 하며 이게 대통령에게 필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유 전 수석은 “가까운 데서만 봐선 안 되고 (범위를) 넓혀야 천하의 인재를 쓸 수 있다”며 “그게 바로 협치”라고 설명했다.

김대중 정부 때의 김광웅 교수는 “인사권을 승리한 정권의 전유물로 여길 경우 이번에 새로운 두 기준이 추가된 점을 제외하면 새로울 게 없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준이 7개를 넘어 10개라 해도 이는 형식적인 것에 불과할 수 있다”며 “인사위원회가 청와대 사람들로만 구성되면 판에 박힌 인사의 연속이 되고 그 나물에 그 밥이 된다”고 지적했다. ‘코드 인사’를 피해야 한다는 우회적 경고다.

박근혜 정부 때의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던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금 나온 기준대로라면 범죄 경력만 조회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며 “국민을 두려워하는 검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이는 실정법 위반 여부만 따지는 게 아니라 평소의 소신과 생각까지 알아내는 검증”이라며 “그래야 홍종학 장관과 같은 논란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 내부에서 임명 기준을 일방적으로 만들어서 발표할 게 아니라 검증 기준을 국회와 논의하며 공론화하는 방식으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안했다.

김영삼 정부 때의 이원종 전 수석은 “청와대는 강화된 인사 검증 기준을 내놨다고 하지만 청와대 스스로 책임을 지는 내부 기준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영삼 정부 때는 여러 사람에게 얘기를 들었다”며 “왜 이런 것까지 물어보느냐는 반문을 들을 정도로 집요하게 물었다”고 했다.

이 전 수석은 “그렇게 해서 결정을 했다면 최종 책임은 대통령이 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종 책임자가 대통령인 만큼 인사는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사청문회를 여는 국회 역시 ‘정치적 청문’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명식 교수는 “역대 정부는 나름대로 도덕적으로 문제없는 사람을 찾으려 했다”며 “하지만 문제는 기준이 아니라 국회”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국회가 정치적 목적으로 청문회를 할 경우 아무 소용이 없다”고 밝혔다.

김형구·박성훈·유성운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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