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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골프숍] 제품마다 들쭉날쭉 … 못 믿을 골프 거리측정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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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거리측정기를 믿어도 될까. 시중에 나와있는 제품들은 100m 이내에서 거리가 제각각이었다. [중앙포토]

거리측정기를 믿어도 될까. 시중에 나와있는 제품들은 100m 이내에서 거리가 제각각이었다. [중앙포토]

중상급 골퍼들 사이에 거리측정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세계 골프 규정을 정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2006년부터 아마추어들의 거리측정기 사용을 허용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도 올해 2부 투어인 웹닷컴투어와 캐나다투어, 남미투어 등에서 시험적으로 거리측정기 사용을 허용했다.

측정기 세가지 제품 테스트해보니 #실거리, 경사 감안 보정거리 다 달라 #10m 가까운 거리서 20% 넘게 편차 #“미묘한 손목 각도 따라 차이 발생”

중앙일보는 주니어 골퍼들과 함께 거리측정기의 성능을 실전에서 테스트해봤다. 서울 디자인고 3학년생인 주니어 여자 선수 탁미주·김서희 양과 레슨프로 장기성씨가 라운드를 하면서 3가지 제품을 시험했다. 시중에 판매 중인 보이스캐디, 부쉬넬, 르폴드의 최신, 최고 사양 제품(약 70만원선)인 SL1, 프로 X2, GX-5i를 사용했다.

테스트 항목은 ▶작은 핀을 얼마나 쉽게 측정하는가 ▶화면은 보기 편한가 ▶측정 반응 시간은 얼마나 빠른가 ▶안개가 끼어도 잘 잡히나 ▶그립감과 허리 부착 주머니의 이용 편이성 등이었다.

테스트에 참여한 이들은 이런 테스트 항목 평가에 앞서 거리측정기의 핵심 기능에 의문을 제기했다. 측정거리가 제품마다 다르게 나온다고 주장했다. 측정자들은 “실제로 거리를 재보니 같은 목표물도 보이스캐디가 가장 적은 숫자가 나오고 그 다음이 부쉬넬, 르폴드 순이었다. 르폴드가 보이스캐디보다 많게는 5m 이상 긴 거리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거리측정기

거리측정기

그래서 다시 한번 거리를 재봤다. 바람 등으로 인해 타깃이 흔들리는 오차를 없애기 위해 실내 또는 건물 같은 고정된 장소의 한 점을 찍었다. 선수들의 말처럼 제품마다 측정값이 달랐다. 실제 거리와 경사를 고려한 보정 거리 모두 제품마다 달랐다. 100m 안에서 편차는 컸다. 10m 내외의 가까운 거리에서는 20%가 넘기도 했다. 150m 이상 거리에서는 차이가 줄었다. 높낮이를 고려한 보정 거리에서는 모든 구간에서 차이가 있었다.

상품설명서에 따르면 보이스캐디 SL1은 측정범위 5~1000야드에 오차는 1야드 이내다. 부쉬넬은 측정 거리 5~1300야드에 오차가 0.5야드다. 르폴드는 측정 거리 6~1014야드이며, 오차는 100야드 이내에서 0.5야드다.

측정 오차에 대해 보이스캐디는 “같은 자리에서 측정하더라도 미묘한 손목의 각도와 거리에 따라 1m에서 크게는 수 m까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삼각대로 고정해 측정하지 않는 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150m 지점에서 경사가 심하다면 0.5도만 흔들려도 결과 값은 몇 m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답했다.

부쉬넬은 “우리 제품은 5~125야드 이내 거리에서는 0.1 야드(0.1m) 단위로 측정값을 제공한다. 거리에 매우 민감한 PGA투어 선수 99%가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데 거리 오차에 대한 이슈는 없다”고 주장했다.

르폴드는 “측정자의 위치와 지면과의 각도에 따라 약간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GX-5i는 보정거리에서 기온과 고도에 따른 편차까지 계산해주는 첨단제품이기 때문에 일반제품과 다른 값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보정 거리는 각 회사마다 경사를 계산하는 알고리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골퍼마다 탄도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계산방식이 정답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실제 거리 측정값이 다른 것은 문제다. 3사 중 2개사 이상은 정확한 거리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기본적인 측정값이 틀린 상태로 보정거리를 계산한다는 것도 아이러니다. 골퍼들이 라운드를 하면서 삼각대를 놓고 거리를 재지는 않는다.

레이저 기술을 전공한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김재완 교수는 “레이저 거리측정기의 거리가 오류가 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측정 장치의 시작 지점을 일부러 다르게 해놓는 경우가 있다. 또 디스플레이상의 조준점과 실제 조준점과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를 정확히 일치시키지 못했다면 거리 측정에 오차가 생긴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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