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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1400조 돌파한 가계 부채 … 금리 인상기 ‘시한폭탄’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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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JReport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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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은 가계 빚이다. 부채가 많은 가계는 소비할 여력이 없다. 경제가 활기를 띠지 못하는 이유다. 만약 소득이 줄거나 이자가 뛰어 가계가 빚을 갚지 못하면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도 부실해질 수 있다. 전체 금융시스템의 불안으로 이어지는 공식이다.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쌍끌이 #3분기 31조 늘어 사상 최대치 #정부 대책에도 빚 증가 속도 빨라 #대출 규제 강화 ‘풍선효과’ 나타나 #규제 만으로 부채 증가 막기 어려워 #부동산 공급 확대, 시장 안정 시켜야

한국은행이 최근 금융시장 전문가 6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5%가 가계 부채를 한국 금융시스템의 가장 위험한 요인으로 꼽았다. 국제통화기금(IMF) 미션단도 14일 연례협의 이후 “가계 부채가 한국의 금융 리스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3년 134%에서 지난해 153%로 늘었다. 버는 돈(소득)보다 갚아야 할 빚이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특히 지금은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하는 시점이다. 시한폭탄의 초침이 째깍째깍 돈다는 의미다.

커지는 가계 빚부담

커지는 가계 빚부담

이 시한폭탄의 폭발력이 더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17년 3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치)을 보면 3분기 가계신용은 2분기(1387조9000억원)보다 31조2000억원(2.2%) 늘어난 1419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대치다. 증가 규모(31조2000억원)도 2분기(28조8000억원)에 비해 늘었다.

항목별로는 가계 대출(1341조2000억원)이 2분기보다 28조2000억원 늘었다. 신용카드 이용 등 판매신용은 3조원 늘어난 78조원을 기록했다. 가계신용은 국내 가계가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가계 대출)과 아직 결제하지 않은 신용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을 포함한다.

가계 부채를 잡기 위한 정부의 대책에도 여전히 가계 빚 증가 속도는 빠르다. 올 1~9월 늘어난 가계 부채는 76조6000억원이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올해 가계 부채 증가액은 1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2015년(118조원), 2016년(139조원)에 이어 3년 연속 연간 가계 빚 증가 규모가 100조원을 넘는다.

문소상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분기 가계부채 증가율(9.5%)은 2015년 2분기(9.2%) 이래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내려왔지만 2010~2014년 평균 증가율(6.9%)보다는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3분기 가계부채 증가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쌍끌이 효과’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3분기 주택담보대출은 2분기에 비해 15조4000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건 3분기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과 주택매매거래가 늘어난 영향이다. 한은에 따르면 3분기 전국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은 11만3134호였다. 2분기(7만6611호)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3분기 서울 아파트 매매(3만9241건)도 2분기(3만3362건)보다 증가했다. 한은은 “개별 차주의 주택담보대출과 기존에 집행된 집단대출·잔금대출 등이 늘어나며 주택담보대출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마이너스 통장 등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예금은행의 3분기 기타대출은 7조원 늘어나며 2006년 1분기 이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시작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은에 따르면 3분기 인터넷전문은행의 기타대출은 2조7000억원 늘었다. 8·2 부동산 대책에 따른 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신용대출 등으로 옮겨간 ‘풍선 효과’도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당분간 가계부채 증가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년부터 8·2 부동산 대책과 가계부채 대책의 약발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의 사례를 보면 각종 미시 대책이 나온 뒤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거시 정책으로 불을 붙였을 때 (가계부채 감소와 같은) 정책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규제에도 가계부채가 줄지 않는 건 이미 집행된 집단대출 등 구조적 요인 때문”이라며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기 힘든 사람이 신용대출로 간극을 메우는 ‘풍선 효과’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 금리 인상의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신용대출 등으로 옮겨가는 빚은 가계 부담과 금융 불안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신용대출의 경우 일반적으로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데다 주택담보대출 한도 부족으로 신용대출을 받는 차주는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고 담보가 부족해서다.

한은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5% 오르면 고위험가구(금융과 실물 자산을 팔아도 빚을 갚을 수 없는)의 금융 부채 규모는 현재 62조원에서 4조7000억원 더 늘어난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에서 대출 규제 등으로 부동산 가격 안정과 가계 부채 증가세를 막기는 어렵다”며 “수요 제한이 아니라 부동산 공급을 확대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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