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낙향 광주서「고희전」갖는 동양화가 배정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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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렇게 오래 살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만 인생과 그림과 내가 서로 동반해 가니 회한은 없어요』
6년 전 서울을 떠나 해남에 닻을 내린 후 두문불출하던 원로 동양화가 숙당 배정례씨 (화)가「무선동 야인 촌부」가 돼 고희초대전(25∼3l일 광주 금호문화회관 전시실) 팸플릿을 들고 서울에 나타났다.
「6년만의 외출」에서 만난 숙당은 여전히 밝고 맑아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없을 정도였다.
머리가 시려서 쓴다는 베레모와 거칠어진 손, 진도개를 잡으려다 시멘트 바닥에 넘어진 후유증 등으로 불편해진 걸음만이 지나간 시간의 흔적으로 남겨진 전부였다.『그림 그리고, 채소밭 일구고, 콩나물 기르는 재미가 그만입디다. 병풍산 흐르는 계곡 물로 먹을 가니 작품도 젊어 지구요. 그려갈수록 깨달아지는 것이 많습니다』
6년 간의 낙향생활을 보여주는 이번 고희전에는 모두 l6점을 출품할 예정. 신사임당·황진이·일지매·매창 등 조선조 여류시인들의 한시를 그림에 곁들여 쓴 8곡 병풍은 이번 출품작중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작품.
『여인과 찔레꽃』『피리 부는 여인』『꽃과 여인』등은 마지막 남은 미인도 작가의 솜씨를 만끽하게 해준다.
고희전에는 기념으로 출간한 수필집『회상의 날』도 함께 선보인다.
숙당은 이당 김은호 선생의 홍일점 제자로 동경미술학교를 수료했으며 선전 등을 통해 활동, 올해로 화력56년이 된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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