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화 발맞춘 "표현이 자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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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부와 민정당이 20일 당정협의에서 결정한 공연예술의 대본 사전심사제도의 폐지는 지난 75년 공연법이 2차 개정될 당시부터 제기된『표현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법률』이라는 각계 의견을 사회 전반적인 자율화 분위기에 맞추어 수용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그동안 영화·연극의 대본 사전심사에 대해 영화인들과 연극인들은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왔고 최근에는 극단 바탕골이 공연윤리위원회의 대본 수정지시를 거부, 사전심사 절차를 밟지 않고 연극『매춘I』(오대영 작·채승훈 연출)공연을 강행함으로써 사회문제화 되기도 했다.
공연작품의 대본 사전심사제도는 그것이「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조항에 위배될 뿐 아니라 당국이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크게 제약하는 방향으로 법을 운영해 왔기 때문에 작가의 창작 의욕을 저해, 작품의 질을 전반적으로 떨어뜨리는 주원인이 되어왔다. 또 결과적으로는 영화나 연극이 관객을 잃게됨으로써 영화인이나 연극인에게는「생존권의 문제」 가 되기도 했다.
공연작품 대본 사전심사제도에 대해 영화인이나 연극인들은 그동안 끊임없이 이의 제기를 해왔지만 80년대 초반에는 당국의 완강한 자세로 여러 작품들이 공연정지처분을 당하는 경우가 있었고 또 원작이 크게 수정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연극의 경우 84년 극단 연우무대의 공해문제 마당극『나의 살던 고향은』이 공연이 끝난 2개월 뒤 공륜의 심의대본과 실제공연대본이 다르다는 이유로 극단이 6개월 활동정지를 당했고, 87년5월 극단 시민의 세태풍자극『팽』에서 임의대사가 삽입됐다는 이유로 극단이 한 달간 활동정지를 당했다.
연극인들은『청소년 범죄문제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나친 외설이나 이데올로기 문제를 걸러내는 정도의 작업이외에 다른 목적으로 공윤의 대본 사전심사제도가 이용되어온 것이 문제』라며 『이런 문제들은 당국에서 관료적으로 처리하기보다 연극인들로 구성된 자율심의기구를 수립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영화의 경우는 지난해 9월1일부터 이미 사전 시나리오 심의를 폐지해왔다.
그러나 극장 상영 전에 완성된 필름을 심의하는 포괄적 의미의「사전심의」는 버젓이 살아 있어 영화인들의 비판을 받아오고 있다.
연극은 대본심의가 없어지면 자유스럽게 공연할 수 있게되나 영화의 경우는 심의를 통한 규제가 거의 그대로 살아있는 셈이다.
시나리오의 사전심의 없이 자유롭게 영화를 만들어도 그 작품이 작품심의에서 가위질 당한다면 결과는 마찬가지다.
나아가 필름소모 등 제작비만 손해볼 경우도 많게 됐다.
영화인들은 당국의 시나리오 심의 폐지 이후에도 줄곧 필름심의를 민간차원에서 자율적으로 하게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화인들 스스로 자율적 심의기구를 만들어 심의함으로써 상영 후에 발생될 문제를 스스로 예방토록 한다는 것이다. <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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