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스스로 가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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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청소년들이 즐기는 노래와 영화를 청소년들 스스로 비평하면서 새롭고도 바람직한 방향과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청소년문화 운동이 시작되고 있다.
지난해 12월21∼30일 서울YMCA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마련, 성황을 이뤘던 「청소년음악·영화아카데미」가 끝나자 이에 참가했던 중·고생들이 각각 청소년 노래클럽과 영상클럽을 구성,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청소년문화를 가꾸겠다고 나선 것.
우리사회에 만연된 국적불명의 저질 대중문화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대학생클럽이나 각종 문화운동단체들도 이 청소년들의 활동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더욱 기대를 모은다.
지난번 제1회 청소년 영화아카데미가 열린 목적은 청소년들이 영화에 대한 바른 이해를 통해 나름의 감상능력과 비판의식을 갖게 함으로써 영상문화를 주체적으로 받아들이고 발전시킬 힘을 길러주기 위한 것.
영화에 대해 보다 진지한 관심을 갖게된 35명의 중·고생이 영상클럽을 조직했다. 청소년들이 주로 신문에 게재된 영화광고를 보고 관람여부를 결정한다는 의견에 따라 지난 11일에는 서울시내에서 상영중인 중·고생 입장이 허용된 영화 11개의 신문광고를 분석.
계속해서 방학중에는 매주 2회, 학기중에는 매월 2회씩 모여 좋은 영화감상 및 평쓰기, 극장간판분석, 청소년들의 영화관람 실태조사, 8㎜영화만들기 외에도 「우리가 뽑은 우수청소년영화」 제작팀에 감사패를 전하는 등으로 보다 나은 청소년 영상문화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띠게 된다.
청소년음악 아카데미를 통해 음악이란 무엇인가, 한국음악과 서양음악의 흐름 등의 강의를 듣고 국악 및 서양음악을 두루 감상한 20여명의 중·고생들은 청소년 노래클럽을 발족시켰다.
청소년들 사이에 널리 유행하는 팝송이나 국내대중가요의 노랫말 내용을 분석하고 정기적으로 좋은 노래를 선정해서 발표하며 우리민요 부르기와 노래극 발표 등을 통해 음악감상 능력과 비판의식을 기르자는 것이 이 모임의 목적.
지난15일에는 대학생 노래클럽 「솔이랑」의 전경수군 (한양대1)으로부터 『진도아리랑』 『액맥이타령』 등의 민요를 배웠다.
이 청소년클럽들을 지도하는 서울YMCA 이승정 간사는 『「영상의 시대」라는 20세기에 영화관객의 약70%를 차지한다는 우리 청소년들이 볼만한 영화가 과연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사춘기 청소년들이 열광하는 음악들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말한다.
다행스럽게도 청소년들 스스로 음악과 영화에 대한 바른 이해와 비판의식을 가지고 「우리는 이런 노래, 저런 영화를 원한다」고 크게 외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관계전문가와 문화운동단체들이 적지 않고 청소년들 자신의 관심과 열의도 상당하다는 것.
한편 지난번 청소년 음악·영화 아카데미의 성과가 높이 평가되어 18∼23일 또 한차례 이 프로그램이 실시된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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