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내전 치닫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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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슬람 시아파 성소가 폭파당하면서 이라크 시아.수니파 간에 내전이 벌어질 조짐이 일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22일 오전 이라크 중북부 사마라의 시아파 성소인 아스카리야 황금사원이 괴한들에게 폭파되자 시아파 무장세력은 이를 수니파의 소행으로 간주하고 즉각 대대적인 보복공격에 들어갔다. 수니파 조직인 이라크이슬람당은 "바그다드를 포함한 전국에서 90곳 이상의 수니파 사원이 시아파의 공격을 받았으며 이 중 세 곳은 폭탄으로 완파됐고 일부는 불에 탔다"고 밝혔다. 파손된 사원 중에는 이슬람 초기 지도자 탈하 빈 오베이드 알라의 묘가 있어 수니파가 신성시하는 남부 바스라의 한 사원이 포함됐다.

이날 바스라에서는 시아파로 추정되는 괴한들의 습격을 받아 수니파 11명이 숨지는 등 전국적으로 성직자 3명을 포함한 주민 120명 이상이 살해됐다. 시아파 소장 지도자인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이끄는 알마흐디군은 바스라와 바그다드에서 자동소총과 로켓추진 수류탄 등을 발사하며 수니파 사원과 관련 시설 공격을 주도했다. 23일엔 아스카리야 사원 폭발 현장을 취재하던 알아라비야 TV 기자 세 명이 괴한에게 납치돼 살해됐다.

앞서 사마라에선 경찰복을 입은 수니파 무장세력 10명이 아스카리야 사원을 습격해 경비경찰을 제압하고 폭탄을 터뜨렸다. 아스카리야 사원은 시아파 4대 성소의 하나로 이슬람 창시자인 마호메트의 혈통을 잇는 후계자인 10.11대 이맘(이슬람 지도자)의 영묘가 있는 곳이다. 이 사원은 10세기와 11세기 시아파 함단왕조와 부이왕조 시절 만들어진 뒤 시아파의 대표적 순례지 중 하나가 됐다. 황금돔은 1905년 설치됐다.

쿠르드족인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은 "내전 위험을 막기 위해 모두가 단결해야 할 것"이라며 시아파의 자제를 호소했다. 시아파 최고 성직자인 그랜드 아야툴라 알리 알시스타니도 성명을 내고 "수니파 사원을 보복공격하지는 말라"고 촉구했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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