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위폐 진실' 누구 말이 맞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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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왼쪽)와 김문수 의원이 위조 달러를 들여다보고 있다. [뉴시스]

"1998년 이후 북한 위조지폐의 제조.유통을 아는 바 없다는 김승규 국정원장의 말이 맞나, 미국이 2001년과 2003년 제조된 북한 위폐 증거를 제시했다는 이태식 주미 대사의 말이 맞나?"

23일 국회 통일.외교.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여야 의원들은 북한 위폐 문제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했다.

이해찬 국무총리 등은 "의원들보다 훨씬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고, 북한에 우려의 뜻을 전달했다"고 하면서도 "정보사항"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김문수.김재원 의원은 북한이 제조했다는 100달러짜리 초정밀 위폐(수퍼노트)를 들고 나와 정부 대책을 촉구했다.

김재원 의원은 수퍼노트 여러 장을 보이며 "탈북자 모씨가 중국 공안원의 안내로 회령시 인근의 두만강 국경지역을 넘어 북한 땅에서 직접 받아온 북한산 위조 달러"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 위폐들은 탈북자가 북한군 고위 간부에게 '평양에서 만든 위조 달러를 사겠다'는 전화 연락을 하고 시간과 장소를 약속해 받은 것"이라며 동행한 일본인 기자가 촬영했다는 거래 현장 사진 등을 제시했다.

김 의원은 "15일 이 주미대사가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재무부 측은 2000년대에도 북한이 위폐를 만들었다는 정황과 증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며 "98년 이후 북한이 미 달러를 위조해 유통하고 있는지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국회에 보고한 국가정보원과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김문수 의원은 중국 단둥에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기관원으로부터 70달러를 주고 샀다는 수퍼노트 실물(본지 2월 23일자 1면)을 제시하며 정부 입장을 따졌다.

김 의원은 "그럼에도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위폐 제조 혐의를 받고 있는 북한을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말을 했다"며 "전 세계가 위폐 피해자인데 북한을 두둔하는 인상을 주면 국제적으로 우리 정부가 왕따를 당하는 길로 가는 것"이라고 추궁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느냐"고 이 총리에게 물었다.

답변에 나선 이 총리는 "북한 위폐와 관련해 여러 가지 우려되는 바가 있기 때문에 북쪽에도 그런 우려의 뜻을 이미 전달했다"며 "(정부도) 의원 말씀보다 훨씬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미국 측에서 '북한 당국인지 개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쪽에서 유통하는 걸로 추정되는 위폐가 발견된다'는 의견을 우리 정부에 제시한 바 있다"며 "그 사안을 북한 당국에 우려의 뜻으로 전달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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