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장고웅씨, '세금 미납'으로 8년간 출금… 법원, “부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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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인기를 누린 개그맨 겸 음반 제작자 장고웅(72)씨가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8년 동안 출국금지를 당한 것은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이겼다.

2009년부터 6개월마다 출금 연장 #장씨,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 소송 #재판부 "재산 해외 도피 우려 등 없어"

법원 등에 따르면 장씨는 80년대까지 개그맨과 가수 등으로 활동하다가 음반 제작사를 차렸지만 90년대 말 외환위기와 음반시장 침체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회사는 2004년 폐업했다. 장씨는 98년부터 2010년까지 부과받은 3억여원의 세금을 갚지 못해 지난 3월 기준 4억1850만원을 체납했다.

80년대 인기를 모았던 개그맨 장고웅씨. [중앙포토]

80년대 인기를 모았던 개그맨 장고웅씨. [중앙포토]

법무부는 2009년 6월 장씨에게 6개월 출국금지 처분을 내렸다. 출입국관리법 및 시행령 등에 따르면 5000만원 이상의 세금 등을 정당한 사유 없이 체납한 경우 6개월 이내의 기간 동안 출국을 금지할 수 있다. 또 필요에 따라 출국금지 기간도 연장된다. 법무부는 지난 6월까지 6개월 단위로 계속해서 출금 기간을 연장해왔다.

이에 장씨는 “경제적으로 여력이 안 돼 세금을 내지 못한 것인데 재산을 해외에 도피시킬 염려가 없다”며 “8년 간 계속해서 출국을 금지하는 것은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므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며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 윤경아)는 장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출국금지기간 연장처분 취소 소송에서 장씨 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조세 체납으로 출국을 금지하는 것은 체납자가 재산을 해외로 도피해 강제집행이 곤란해지는 상황을 방지하는 게 목적”이라며 “해외도피 우려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단순히 체납 사실만으로 출국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 보장 원리나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회사 폐업 뒤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져 조세를 체납하게 됐다는 장씨의 주장이 수긍할만 하며 현재도 별다른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 세금을 납부할 사정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과거 장씨가 해외에서 도박을 해 1000만원 상당의 외화를 매입한 것에 대해서도 “10년 전에 발생한 일”이라며 출국금지할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장씨는 80년대 ‘장고웅과 천지개벽’이란 그룹으로 개그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인기를 모았다. 91년엔 심형래씨와 ‘칙칙이의 내일은 챔피언’ 등의 영화에도 출연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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