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가족 갈등 등 '가정사' 챙겨주는 의사에 만족감 더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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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 암환자가 수액 주사를 맞으며 병원 복도를 돌며 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 여성 암환자가 수액 주사를 맞으며 병원 복도를 돌며 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암 환자들은 병으로 인한 가족 간 갈등 등 '가정사'에 관심을 가져주는 의사에 대한 만족감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의사가 병세를 숨기기보단 있는 그대로 알려주길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소연 한국원자력의학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은 19일 이러한 내용의 연구 내용을 공개했다. 2014년 원자력병원에서 진료받은 성인 암 환자 278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원자력의학원 연구팀, 암 환자 278명 조사한 결과 #'의사소통 원활' 느낄수록 의사에 대한 만족감 ↑ #치료 걱정·불편, 재정 어려움 등 챙길 때 두드러져 #'솔직함'도 중시…"병세 사실대로 설명해야" 77% #"의사가 치료 외적인 부분도 소통하는 노력 필요"

  의사와의 의사소통이 어떤지 물어보자 환자 4명 중 3명은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소통이 원활하다고 느낄수록 의사에 대한 만족도도 높게 나왔다. 구체적으로는 의사가 치료와 관련된 걱정이나 불편사항을 잘 들어주면 만족도가 6.24배 커졌다. 재정적 어려움(1.44배), 가족 내부 갈등(1.51배)처럼 환자의 가정사에 관심을 가져줄 때도 의사에 느끼는 만족감이 올라갔다.

  이는 단순히 '병'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치료 외적인 부분도 세심히 챙겨주는 의사를 더 선호한다는 의미다. 환자의 병기(1ㆍ2ㆍ3기 등)나 발병 기간은 의사에 대한 만족도와 별다른 관계가 없었다.

암 환자들은 의사가 병세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해주길 바라는 경우가 많았다. [중앙포토]

암 환자들은 의사가 병세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해주길 바라는 경우가 많았다. [중앙포토]

  환자들이 의사와의 의사소통에서 또 원하는 점은 '솔직함'이었다. 환자의 77%는 의사가 자신의 상태를 사실대로 설명해주길 바랐다. 상태가 나빠져서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도 가족보다는 본인과 사전 상의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80%를 넘었다. 환자의 절반 가량은 병세가 악화된 사실을 본인이 알게 되더라도 질병 경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고 봤다. 연구팀은 "국내 암 환자들이 스스로 질병 정보를 알고 의사와 의견을 나누길 원하며, 환자 스스로 판단하고자 하는 요구가 높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소연 교수는 "의사는 암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암 정보뿐 아니라 환자의 불안이나 치료 외적인 부분에 대한 관심을 갖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의사가 환자ㆍ가족과의 의사소통에 더 관심을 기울이면 암 환자 돌봄의 질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대한가정의학회지 최신호에 실렸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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