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사(詞) 한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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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마오저둥(毛澤東)(중국 정치가.시인, 강준식 역) '사(詞) 한수' 부분

손들고 이제는 떠나려 하네
돌아서는 얼굴에 슬픔이 가득
하소연 하고파라 괴로운 생각
한이 서린 그 빛깔 눈가에 번져
쏟아지는 눈물을 겨우 머금네
편지로 생긴 오핸 풀지 못하고
시간은 운무처럼 흘러만 갔네
이 세상서 서로는 둘만이 알아
사람에 근심 걱정 없을까마는
하늘은 이 번뇌를 알까 모를까
새벽에 서리 내린 동문로의 길
연못에 내비치는 달그림자여
사무치는 외로움 그 얼마인가
기적 소리 들리니 가슴 찢어져



마오저둥의 나이 서른에 쓴 시로 아내 양개혜와의 이별의 정한을 노래했다. 서방 정치평론가들이 마오(毛)의 정치를 시적(poetic)이라고 표현할 만큼 고도한 시적 진실을 추구한 그는 메마른 정치에 '시'로서 멋을 부여했고, 나약한 시에다가 '힘'을 불어넣었다. 양개혜는 남편을 따라 혁명활동을 하다 처형되었다. 세상 한가운데, 샘물처럼 떠다 바친 시들이 이 땅을 얼마나 적시었을까. 당신의 발등이 얼마나 촉촉하게 젖었을까. 나. 이제 손 흔들고 떠나려 하네. 9월이 오네.

문정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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