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스와프는 외환 보유액이 바닥날 경우에 대비해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는 계약이다. 외화보유액이 유사시를 대비한 ‘적금’이라면, 통화스와프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성격이다. 둘 다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외화 부족 사태를 고려한 ‘안전판’ 역할을 한다.
캐나다와 한도 만기 없는 통화스와프 체결 #'상설 계약' 형태 통화스와프 체결은 처음 #캐나다 달러 '기축 통화' 평가도 의미 # 김동연, "주요국 통화스와프 네트워크 간접효과 누릴 수 있게 돼"
16일 한국은행이 캐나다 중앙은행과 원화 ㆍ캐나다 달러화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것은 유사시에 쓸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의 수를 늘렸다는 점에서 한국 금융시장의 안정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다른 통화스와프 계약들과 달리 이번 통화스와프는 사전에 최고한도를 설정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으며 만기도 특정하지 않은 ‘상설 계약’이다. 만기 갱신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미국, 유럽 등 주요 기축통화국들은 서로 간의 통화스와프에 대해 이런 형태에 통화스와프를 맺는다. 한국이 만기ㆍ한도 조건이 없는 상설 계약 형태로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캐나다를 비롯해 미국ㆍ유로존ㆍ일본ㆍ영국ㆍ스위스 등은 6개 기축통화국은 상호 간에 이런 형태의 상설 계약을 맺고 있다.
캐나다가 세계 금융시장에서 언제든지 통용될 수 있는 기축통화국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그간 한국은 기축통화국과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지 않아 외환 안전판 역할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화보유액이 아무리 많아도 위기 발발시 외환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는 만큼 기축통화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었다. 이번 캐나다와의 통화스와프 체결로 그간 통화스와프 구성의 아쉬움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을 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현재 중국(560억 달러)을 비롯해 인도네시아(100억 달러), 말레이시아(47억 달러), 호주(77억 달러)와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 중이다. 아랍에미리트(UAE)와의 54억 달러 규모 통화스와프는 지난해 10월 만기 종료됐지만, 양국이 연장에는 합의한 채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 한국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및 중국, 일본과 공동으로 만든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에서 384억 달러를 인출할 수 있다. 이를 모두 합치면 1222억 달러다. 하지만 한국과 그간 통화스와프를 맺은 국가 중 기축통화국으로 평가받을만한 곳은 없었다.
캐나다는 다른 5개 기축통화국 외에는 중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했었고, 기축통화국 이외의 국가 중에는 한국과 2번째로 통화스와프를 맺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캐나다 달러는 외환보유액 구성 5위, 외환거래 규모 6위에 해당하는 유동성이 매우 풍부한 주요 국제 통화”라며 “캐나다는 미국, 유럽 등 6개 주요 기축통화국들 간 한도를 정하지 않은 무기한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어, 이러한 통화스와프 네트워크의 효과를 간접적으로 누릴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또 “그간 캐나다가 여타 기축통화국들과 체결한 것과 동일한 형태의 표준계약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라며 “캐나다가 경제ㆍ금융 시장의 안정성 측면에서 한국을 대등한 파트너로 인정했음을 의미해 한국 경제의 신인도가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협정으로 한국-캐나다 양국 간 경제 협력 관계도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양국은 지난 2015년 1월 발표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등 활발한 교역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양국 간 교역 규모는 88억3000만 달러 수준이다.
정부는 향후 한국은행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를 확대해 한국 경제의 대외 안전판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