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손수레로 끌고 왔다고 ‘오물’ 묻혀 반품한 고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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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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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갑질’에 울분을 토하는 한 택배기사의 하소연이 화제다. 택배기사 A씨는 11일 자신이 배달하는 지역의 고객 B씨에게 “비 오는 날 택배를 ‘구루마(손수레)’에 끌고 오면 어떻게 하냐”는 항의 문자를 받았다.

A씨는 “현직택배기사임. 비오던 날 무거운 박스 2개를 배송함. 구루마를 이용”이라는 말로 짤막하게 상황을 설명하며 고객에게 받은 항의 문자를 공개했다.

공개된 문자에서 B씨는 “비가 오는데 구루마로 택배 배송해주신 것에 대해 정말 실망했습니다. 저번에 저와의 약속을 깨시고 이런 식으로 일을 하시면 이번건 반품비는 제가 물을 수 없습니다. 본사에 말을 해놨으니 어제 온 두 건의 반품비는 배송아저씨께서 책임져 주세요”라고 전했다.

A씨의 설명에 따르면 B씨는 전에도 ‘손수레 배송’에 대해 항의를 한 적이 있다. A씨는 이에 대해 "가벼운 물건일 때 구루마 안 끌고 온다는 거였죠"라고 항의했고 이로 인해 A씨와 B씨 사이에는 설전이 오가기 시작했다.

B씨의 항의 문자와 이에 대한 A씨의 답변 문자.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B씨의 항의 문자와 이에 대한 A씨의 답변 문자.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A씨와 B씨의 설전.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A씨와 B씨의 설전.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A씨는 ‘구루마로 배송하는 게 뭐가 문제냐, 구루마 없으면 허리 나간다, 택배기사의 필수품이다, 택배 기사가 편하게 일하면 싫으냐’라고 항변했고 B씨는 ‘구루마로 배송하는 사람 처음 본다, 쉬운 일이 어디있냐, 남의 돈을 편하게 벌고 싶냐’ 등의 말로 응수했다. 인신공격성 말까지 나오고 급기야 한쪽이 문자 수신을 차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대화는 마무리됐다.

이후 A씨는 택배기사 커뮤니티에 사진과 함께 “앞서 올린 구루마 배송 물건 반품으로 나와 가지러 와보니 박스에 오물이 잔뜩 발라져 있었다”며 “차에 실었는데 인분냄새가 진동한다“는 후기를 게재했다.

택배 기사에 대한 일부 고객들의 갑질 사례는 전부터 논란이 돼왔다. 최근에는 한 아파트에서 “아파트 단지 안으로 택배 차를 들이지 말라”는 공문을 붙여 물의를 일으켰고 지난 해에는 강남의 모 아파트에서 “택배기사들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말라”는 안내문을 붙여 공분을 일으켰다.

'B씨가 내놓은 반품 택배'라며 A씨가 게재한 사진.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B씨가 내놓은 반품 택배'라며 A씨가 게재한 사진.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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