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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역시에 대출 편중 … 지방 자금 지원 늘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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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840조원 대 554조원. 지난해 말 기준 서울·광역시의 예금은행 대출금 잔액과 지방(광역시 제외)의 대출금 잔액을 비교한 수치다. 지방의 은행 대출금 규모가 서울·광역시의 64% 수준에 그친다.

지방 대출, 대도시의 3분의2 수준 #금융연 “지역재투자제도 도입을”

이러한 금융의 지방 소외 현상을 개선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2일 ‘우리나라 지역금융 활성화의 필요성’ 보고서에서 “지방경제에 대한 금융회사의 대출공급이 실물경제 비중에 비해 적다”며 “지방의 중소기업과 서민에 대한 금융지원 강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경제의 중심은 서울과 광역시가 아니다. 국내 총생산 중 서울과 광역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43.7%에 그친다(2015년 말 기준). 이 비율은 2011년 45.1%였지만 하락 추세다. 지방 경제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클 뿐 아니라, 그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금융회사는 지방의 대출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보고서는 금융회사(예금은행+비은행금융회사)의 대출금액이 지역별 총생산(GRDP)의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지를 따져봤다. 그 결과 서울·광역시는 이 비율이 2010년 139.3%에서 2015년 150%로 증가했다. 반면 지방은 이 비율이 2010년 75%에서 2015년 82%로 늘긴 했지만 항상 100%에 못 미쳤다. 서울·광역시는 실물경제보다 많이, 지방은 적게 자금이 공급된다는 뜻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지역재투자법(CRA)을 제정해 금융회사가 영업구역 내 대출 수요에 적극 대응토록 의무화했다”며 “한국도 ‘포용적 금융’ 관점에서 지방경제 자금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977년 제정된 미국의 지역재투자법은 지역의 저소득층, 소수민족, 소기업 등에 대출을 의무 할당한다. 미국 금융당국은 이러한 의무를 준수하는지를 평가해서 금융회사가 점포를 늘리거나 다른 회사를 인수할 때 인허가 심사지표로 활용한다.

국내에서도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형 지역재투자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여러차례 있었다. 그때마다 시장원리에 맞지 않고, 지역별 영업 중인 저축은행 역할과 중복된다는 반론에 가로막혔다.

그러나 지난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역재투자제도 도입을 국정과제에 포함하면서 다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됐다. 내년부터 지역에서 예금을 받은 금융회사에는 영업구역 내 개인·중소기업 대출 의무를 부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지역금융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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