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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지각왕' 된 시진핑…원조 지각왕 푸틴에 '힘 자랑'?

중앙일보

입력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세계의 지각왕’이 바뀌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국가정상들과의 비공식 대화가 열린 베트남 다낭 푸라마호텔 회의장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지나치고 있다. 오른쪽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국가정상들과의 비공식 대화가 열린 베트남 다낭 푸라마호텔 회의장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지나치고 있다. 오른쪽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 [연합뉴스]

APEC은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4강국을 포함한 전세계 21개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정상회의다. 10일(현지시간) 20개국 정상을 오랫동안 기다리게 한 지각왕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1일 다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갈라 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일찍 도착해 각국 정상들과의 다각적 대화를 준비했다”며 “그런데 시 주석이 늦게 등장하는 바람에 문 대통령을 비롯해 각국 정상들이 기념 촬영까지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일 오후(현지시간) 베트남 다낭 쉐라톤 호텔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갈라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일 오후(현지시간) 베트남 다낭 쉐라톤 호텔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갈라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청와대 사진기자단

시 주석의 ‘지각’으로 기념 사진 촬영까지 지체됐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주요국 정상 가운데 악명 높은 지각왕은 플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월 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때 이뤄진 한ㆍ러 정상회담에서 34분이나 지각했다. 상당한 외교적 결례지만, 당시 청와대에서는 “그나마 이정도라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실제로 34분 지각은 푸틴 대통령에게는 상당히 ‘잘 지킨 약속’에 가깝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1시간 45분을 늦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전쟁을 치렀던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4시간이나 혼자 기다려야 했다.

이런 푸틴 대통령이 이번에는 시 주석에게 졌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갈라 만찬에 ‘뒤에서 세번째’로 입장했다. 그리고 한참을 지나 시 주석이 등장했다고 한다. 시 주석은 이미 자신의 ‘2기 체제’를 공고화한 뒤 사실상 미국과의 주도권 경쟁을 선언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일 오후(현지시간) 베트남 다낭 쉐라톤 호텔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갈라 만찬에 참석하며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 내외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일 오후(현지시간) 베트남 다낭 쉐라톤 호텔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갈라 만찬에 참석하며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 내외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과거 사회주의 진영의 맹주였던 러시아ㆍ중국 정상의 ‘지각 경쟁’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일찍 만찬장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조기 등교생’에 가까웠다고 한다.

 한편 이날 시 주석의 지각으로 촬영이 지연된 각국 정상 부부의 사진촬영에서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는 사진촬영을 함께 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키에 여사가 사진을 찍지 않기에 불참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정작 만찬장에는 나와 있더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홀로 촬영에 응한 아베 총리에게 말을 건네기도 했다고 한다.

다낭=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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