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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선영의 IT월드│액션캠 ‘고프로’ CEO 닉 우드먼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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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5년 뒤엔 사진 대신 동영상으로 기록하는 세상 될 것"

액션캠 회사 ‘고프로’의 닉 우드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고프로로 현장을 찍었다. 우드먼은 ’일상에서도 고프로를 호주머니에 넣어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찍는다“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액션캠 회사 ‘고프로’의 닉 우드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고프로로 현장을 찍었다. 우드먼은 ’일상에서도 고프로를 호주머니에 넣어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찍는다“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2015년 개봉한 할리우드 SF 영화 ‘마션’에서 화성에 표류하는 주인공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의 얘기를 들어 주는 건 액션캠 ‘고프로’다. 액션캠이란 외부 활동을 촬영할 때 주로 사용하는 아웃도어 카메라의 일종이다.

파도 타는 자기 모습 찍고 싶어 #2004년 손목에 차는 카메라 개발 #무리하게 제품 늘리다 한때 위기 #혹독한 구조조정 끝에 흑자 전환 #“제품에 깃든 이야기 잘 풀어내는 #난 CEO 아닌 수석 스토리텔러” #대화 내내 액션캠 직접 사용하며 #인터뷰하는 기자 촬영해 보내줘

영화 속 와트니는 농작물 재배로 얻는 보람 등 시시콜콜한 일상과 자신의 생존기를 고프로에 털어놓는다. 영화는 한 편의 셀프 카메라 ‘화성 일기’다. 화면 속 곳곳에 설치된 작은 고프로들은 관객의 눈 역할을 한다. 주먹으로 쥘 만큼 작고 가벼우면서 양질의 영상을 찍는 고프로는 할리우드는 물론 스포츠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액션캠의 대명사와도 같은 고프로는 실제로 서핑 애호가였던 청년 사업가 닉 우드먼(42)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회사다. 우드먼은 2004년 파도를 타는 자신의 모습을 찍고 싶은 마음에 손목에 부착하는 필름 카메라를 처음 선보였다. 카레이싱·스쿠버다이빙 등 스포츠 선수들을 통해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액션캠 ‘고프로’는 13년간 전 세계에서 2700만 대 넘게 팔렸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전통 카메라 강자를 누르고 디지털카메라 분야에서 4분기 연속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6일 한국을 찾은 우드먼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한국 방문은 처음이다.

우드먼은 “활발하고 스포츠와 여행을 좋아하는 한국인들과 고프로의 특성이 잘 맞아떨어진 덕분에 사람들에게 쉽게 각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1박2일의 짧은 일정 동안 인터뷰와 미팅 등을 소화한 뒤 다음 목적지인 일본 도쿄로 이동했다.

우드먼은 인터뷰 내내 고프로를 직접 사용하며 기자와 배석자들을 역으로 촬영했다. 인터뷰 이틀 후 우드먼은 자신이 찍은 기자와의 인터뷰 영상을 편집해서 보내 줬다. “사진·영상을 주고받으며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여전히 극초반기에 불과하다”며 “머지않아 사진 대신 동영상으로 모든 것을 커뮤니케이션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드먼이 강조하는 고프로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들과 내 모습을 한 화면에 쉽게 다 담을 수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면 우리의 모습을 함께 화면에 담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고프로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한꺼번에 쉽게 찍을 수 있다. 운동·등산 등 바삐 뛰어다닐 때조차 말이다. 새로운 각도로 스스로의 삶을 캡처하고, 이걸 소셜미디어로도 바로 올릴 수 있다. 고프로는 굉장히 독특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됐다. 나는 고프로가 회사도 카메라 이름도 아닌 하나의 ‘변화’ ‘움직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최근 10, 20대 여성들이 ‘셀카’를 찍기 위해 고프로를 사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기존 휴대전화로 찍는 셀카는 지루하다”는 생각에서다.

기자도 고프로가 지난달 16일 국내에 출시한 최신 액션캠 ‘히어로6 블랙’을 일주일간 사용해 봤다. 4K 해상도 영상과 고화질 사진 촬영은 물론이고 음성 인식, 블루투스 등 편리한 기능도 인상적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고프로’와 히어로6를 연결하면 촬영 파일도 쉽게 전송할 수 있다.

고프로

고프로

스마트폰 카메라와 캠코더 역할까지 가능한 와중에 손바닥에 올려놓을 수 있는 작은 크기도 장점이다. 우드먼은 “작은 크기 덕분에 일상 생활 중에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닌다”며 “3, 5, 7세인 세 아들도 고프로를 능숙하게 사용한다”고 자랑했다. 그만큼 사용하기 쉽고 편리하다는 것이다. 그는 “고프로는 하늘을 나는 비행기에서 떨어뜨려도 멀쩡할 만큼 튼튼한 내구성을 자랑하기도 한다”며 야외에서 사진 촬영을 진행하는 동안 하늘 위로 고프로를 수차례 던지기도 했다.

고프로는 지난 5월 접이식 드론 카메라 ‘카르마’를 출시했다. 카메라를 드론에 부착한 뒤 날리면 비행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카메라만 떼서 따로 촬영해도 된다. 고프로는 색다른 각도로 촬영할 수 있게 카메라를 달 수 있는 부품(마운트)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셀카봉 모양의 스틱, 입에 카메라를 물 수 있는 ‘바이트 마운트’, 물에 띄워 촬영하는 ‘플로팅 핸드 그릴’ 등이다.

처음 액션캠을 직접 디자인했던 그는 최근에도 신제품 디자인에 참여했다.

“나는 실제로 고프로를 매일 쓰고 가족들과 사용하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애정이 넘칠 수밖에 없다. 나도 열정적인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고프로로부터 많은 것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소비재 회사를 이끄는 사람으로서 제품 깊숙이 관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우드먼은 자신이 최고경영자(CEO)가 아닌 ‘수석 스토리텔러’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제품마다 깃든 이야기와 고프로라는 브랜드가 담고 있는 이야기가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돼야 한다”는 것이다.

2014년 6월 미국 뉴욕 나스닥에 상장을 한 고프로는 이후 2년간 침체기를 겪었다. 샤오미·가민 등 경쟁 브랜드에서 저가 액션캠을 잇따라 내놓은 데다 갈수록 성능이 좋아지는 스마트폰도 경쟁자였다. 여기에 대응한답시고 무리하게 제품군을 늘린 것도 부진의 원인이었다.

그 후 2년간 고프로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회사 규모도 15% 줄이고 제품 가짓수도 대폭 줄였다. 그 결과 지난 3분기부터 흑자로 전환했다. 연말에는 360도 가상현실(VR) 촬영 카메라 ‘퓨전’을 출시할 예정이다.

우드먼은 “당장 5~10년 뒤만 하더라도 사진 대신 동영상으로 모든 것을 기록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콘텐트를 공유하는 일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질 거라는 것이다. 특히 개인이 동영상을 직접 제작하고 편집하는 것도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이 같은 추세는 더욱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우드먼은 설명했다.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올릴 수 있게 된 것도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우드먼은 “아직도 많은 대기업이 스마트폰 개발에만 그저 매달려 있는데 결국 카메라의 승부는 ‘나 자신을 어떻게 새롭고 흥미롭게 담아내는지’ 그 방법에서 갈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드론에 대한 각국의 규제에 대해서는 “규제 당국과 공무원들이 잘 이해할 수 있게 우리 같은 회사들이 더 적극 나서야 한다”며 “기계가 더 작아지고 신뢰성이 높아진다면 규제는 느슨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S BOX] 한국은 150m, 미국·중국은 122m 아래서 드론 날려야

이달부터 국내에서도 드론을 상용 목적으로 날리는 것이 가능해졌다. 지난 7월 드론산업 육성을 위한 ‘항공안전법’ ‘항공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일몰 이후부터 일출 이전까지 야간에도 드론을 띄울 수 있다. 단 낮과 마찬가지로 고도 150m 이하에서만 비행해야 한다.

서울 대부분의 지역이 김포공항과 서울공항 반경 9.3㎞ 안에 들어오거나 비행 금지 구역이다. 따라서 시내에서 드론을 사용하려면 국토교통부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신청서를 접수하면 국토부에서 접수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적합성을 검사하고 승인서를 발급하는 식이다.

만약 승인을 받지 않고 드론을 띄우면 1차 위반 시에는 벌금 20만원, 2차 위반 시 100만원, 3차 위반 시 200만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 불법으로 드론 비행을 하다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경우는 21건이었다.

비행 제한 고도 등 드론 운행에 대한 규제를 살펴보면 미국과 중국이 국내 못지않게 엄격하다. 국내에서는 드론 비행 제한 고도가 150m지만, 미국과 중국은 122m다. 드론 택배 서비스를 준비하는 미국의 아마존 역시 122m 이하에서 드론 택배를 날려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중국과 일본은 비행 구역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두 나라는 수도 베이징과 도쿄에서 드론 자체를 아예 띄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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