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베트남에서 ‘인기 최고’인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베트남 다낭으로 향한 가운데 “베트남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는 매우 높다”고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APEC 최고경영자 회의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AP=연합뉴스]

APEC 최고경영자 회의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AP=연합뉴스]

폴리티코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난 시민들의 인터뷰를 인용해 “베트남 사람들은 트럼프가 미국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미국의 변화는 베트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미국 내에서 지지율이 30%대에 불과하고, 외국에서도 크게 '인기있다'고 할 순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에서 크게 환영받는 이유는 뭘까.

◇성공한 사업가라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이 매체는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베트남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유명했으며, 그가 사업가로서 어마어마한 성공을 일군 경력이 베트남의 많은 사람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986년 일명 ‘도이모이’로 알려진 개혁ㆍ개방 정책을 시작한 이후 경제 성장에 온 힘을 쏟고 있는 베트남에서, ‘기업가’는 많은 사람의 꿈이며 트럼프가 ‘롤모델’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베트남의 성인 중 20%는 자기 사업을 하고 있을 정도”라며 “기업가정신 분석기관 GEM(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이 60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에 따르면 이런 수치는 세 번째로 높은 것”이라고 전했다.
덕분에 『거래의 기술』 『불구가 된 미국』 등 트럼프의 저서 다수도 인기 상품이다.

◇미국이 궁금하니까

APEC 개최지인 베트남 다낭. [AP=연합뉴스]

APEC 개최지인 베트남 다낭. [AP=연합뉴스]

그러나 이는 트럼프 개인의 인기라기보다는 미국이란 나라 자체에 대한 호기심일 수도 있단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베트남은 1960~70년대 베트남전쟁을 치르며 국교를 단절했지만, 1995년 국교를 정상화한 후 이제 경제적 이익을 함께 도모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자리에 누가 앉아있든 ‘미국’ 대통령이라면 인기를 얻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해 베트남을 방문했을 당시, 가는 곳마다 화제가 됐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이 싫어서

시진핑과 트럼프.

시진핑과 트럼프.

베트남이 중국과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것도 트럼프 인기의 또 다른 요인이다.

베트남은 현재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가 중국을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속 시원한 일’일 수밖에 없다. 미국은 남중국해에 대해서도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 내 영향력 유지를 위해 베트남과의 협력이 필요하고, 베트남 또한 미국이 필요한 상황이다.

◇언론 통제도 한몫

APEC 개최지 베트남 다낭. 경계가 삼엄하다. [AP=연합뉴스]

APEC 개최지 베트남 다낭. 경계가 삼엄하다. [AP=연합뉴스]

폴리티코는 “베트남 정부의 ‘언론 통제’도 사람들이 트럼프를 좋아하게 만드는 이유”라고 보도했다.

베트남 국영 매체는 미국과 베트남의 장기적, 발전적 관계를 위해 트럼프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보도한다는 얘기다. 최근 공화당의 밥 코커 의원과 트럼프 대통령이 심하게 갈등을 빚은 일이 그 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언론이 이 사건을 중요하게 다뤘지만, 베트남 언론은 외교적 문제를 우려해 이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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