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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조련사' 서울예대 송혜숙 교수 퇴임하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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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그것은 '별'들의 사은잔치였다. 국내 연예계를 이끌고 있는 스타 제자들과 이들의 대모인 스승 사이에는 서로를 우러러보는 감격스러운 정이 가득했다. 제자들은 "연기 선생님일 뿐 아니라 엄마 같은 존재"라며 스승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표했다. 20일 오후 5시 서울 남산의 서울예술대학 드라마센터에서는 이 대학 연극과 동문회와 학생회 주최로 송혜숙(65) 교수의 정년퇴임식이 열렸다.

1978년 이 학교의 전신인 서울예술전문대학 설립 때부터 그의 가르침을 받은 연극과 78학번부터 2005학번까지의 제자 300여 명이 몰려들었다. 영화배우 김수로.성지루.손병호.유해진, 뮤지컬 스타 배해선, 영화감독 장진, 코미디언 김진수 등 제자들과 예대 영화과 출신인 이명세 감독, 연극배우 전무송 등이었다.

혹독한 연기수업 덕분에 생긴 '송마귀'라는 별명을 모티브로 한 콩트, 자리에 미처 참석하지 못한 코미디언 김한석.송은이.표인봉, 뮤지컬 스타 남경주 등의 동영상 메시지, 이 학교 교수들로 구성된 '교수님밴드'의 축하 공연 등으로 꾸며진 이날 행사는 예술대학다운 활력과 에너지가 넘쳤다. 동문들은 학번별로 일어나 송 교수에게 인사했고, 송 교수는 학번별로 가장 기억나는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며 옛일을 반추했다.

서울예대는 그간 영화.방송.음악 등 대중문화 전방위에 걸쳐 숱한 스타를 배출한 '연예 사관학교'다. 톱스타 황정민.강혜정.정재영.안재욱.이휘재.김명민.정웅인, 영화감독 김지운.송일곤 등이 송 교수가 연극과에서 직접 길러낸 제자다. '박수칠 때 떠나라'의 장진 감독과 '거미숲'의 송일곤 감독은 89학번 동기생. 충무로의 실력파 간판스타 황정민('너는 내운명')과 정재영('웰컴 투 동막골')은 안재욱.신동엽.최성국과 함께 90학번 동기생이다.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최형인 교수와 함께 매운 조련사로 이름 높은 송 교수는 특히 연극배우 출신 충무로 스타들의 어머니로 불린다. 김수로('흡혈형사 나도열'), 성지루('손님은 왕이다'), 손병호('야수'), 유해진('왕의 남자') 등 애제자들은 졸업 후 대부분 연출가 오태석(국립극단 예술감독)씨의 극단 '목화레퍼토리컴퍼니'를 중심으로 탄탄한 무대경력을 쌓았다. 충무로로 무대를 넓힌 뒤에는 개성적인 조역으로 최근 한국영화 황금기를 뒷받침하는 수훈갑들이기도 하다.

첫 단독주연작 '흡혈형사 나도열'로 인기상승 중인 김수로는 "내 인생 최고의 스승"이라며 "연기는 필이 아니라 분석이라는 가르침을 배웠다"고 말했다. "19년 동안은 부모님 밑에서, 대학입학 후 19년간은 송 교수님 밑에서 자랐다"는 성지루는 "연기생활의 힘든 고비를 교수님 도움으로 넘겼다. 나의 오늘을 만든 분"이라고 회상했다.

"제자들이 마련한 퇴임식이 쑥스럽기만 하다"며 말을 아낀 송 교수는 "대중적 성공 여부를 떠나 무대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않은 제자들이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이라고 답했다.

연극평론가로도 필명을 날린 송 교수는 송정숙 전 보건사회부 장관의 동생이자 99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를 지낸 미술평론가 송미숙 성신여대 교수의 언니다.

양성희 기자<shyang@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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