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겨울철이면 찾아오는 '침묵의 살인자'

중앙일보

입력 2017.11.09 04:00

업데이트 2017.11.09 16:57

살다 보면 좋은 사람을 잃어 황망하기 그지없을 때가 있다. 필자 또한 그런 적이 있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아주 가깝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는데, 친구의 집에도 종종 찾아가 밥을 얻어먹곤 했다.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따뜻하게 여겨지는 건 집을 나올 때마다 배웅해주던 친구 아버지 때문이다.

정수덕의 60에도 20처럼(15)
날씨 추워지면 고혈압 환자 심근경색 조심해야
겨울 새벽 운동 나갔다가 응급실 찾는 경우 많아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의 아버지가 여느 때와 같이 아침 운동을 가던 길에 갑자기 쓰러져 손 쓸 틈도 없이 숨을 거두었다. 불과 2~3일 전 뵈었던 분이 하루아침에 세상을 떠난 그 일은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큰 충격으로 남아있다.

소리없는 살인자 고혈압. 김상선기자

소리없는 살인자 고혈압. 김상선기자

죽음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멀쩡한 사람이 갑자기 쓰러지는 사고는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많은 경우 심근경색증·협심증·뇌졸중·뇌경색 등 심뇌혈관계질환이 그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수면에 드러난 증상 아래에는 ‘소리 없는 살인자’라 불리는 ‘고혈압’이 숨죽이고 있다. 고혈압이 무서운 건 혈압이 올라가도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모르고 고혈압을 장기간 방치하다간 온갖 합병증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다.

고혈압이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병 중 하나가 심근경색이다. 심근경색은 심장의 근육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혈전(피떡)으로 막혀 혈액 공급이 차단되는 증상을 말한다. 혈압은 심장에서 나간 혈액이 전신을 돌아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생기는 압력 차이를 말하는데, 혈압이 높아지면 혈관이 수축하고 혈액이 지나가는 통로가 딱딱해져 심장 운동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보통 심근경색 환자의 30~40%가 고혈압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흉통, 심근경색 신호

심근경색의 대표적인 증세는 가슴 통증이다. 심근경색이 발병하면 가슴 한가운데를 짓누르는 고통이 나타나는데, 이를 체한 것으로 오해하고 제시간에 수습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증상이 생기고 1시간 이내에 조치를 취하면 사망률을 절반 이상으로 낮출 수 있어 빠른 대처가 생명이다.

심근경색의 대표 증세 가슴통증. 최승식기자

심근경색의 대표 증세 가슴통증. 최승식기자

이뿐 아니라 고혈압은 심장으로 혈액을 유입하는 데 장애를 일으키는 협심증, 뇌혈관의 급격한 수축 등으로 발생하는 뇌졸중, 뇌혈관의 정체 및 차단으로 뇌 조직이 괴사하게 되는 뇌경색 등을 유발한다. 고혈압이 직접적인 사망의 원인은 아니지만, 그로 인해 발병하는 합병증은 이처럼 무시무시하다.

고혈압은 매우 흔한 질병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30세 이상 인구 중 고혈압 환자가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위험에 노출되었음에도 별다른 불편함이 없으니 고혈압은 무시까지 당하는 지경이다. 국내에서는 고혈압 환자 중 50%만이 진단된다고 한다. 이 중 치료를 시작하는 사람은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고혈압을 인지하거나 의심하면서도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것이다.

삶에 갑작스레 닥치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고혈압을 미리, 꾸준히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가을, 겨울철에는 더욱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고혈압의 주요 인자로 대개 고염분의 식단, 스트레스, 흡연, 과도한 음주 등을 꼽는다. 낮은 기온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혈압 상승의 주범이다. 추위는 혈액 응집력을 높여 혈전 발생 빈도를 높이고 혈관 수축을 야기한다.

고혈압의 주요 인자, 흡연. 하준호기자

고혈압의 주요 인자, 흡연. 하준호기자

기온이 1도만 내려가도 수축기혈압(심장 수축시 혈압)이 1.3mmHg, 이완기 혈압(심장 이완 시 혈압)이 0.6mmHg 정도 상승한다. 평소에 혈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사람이 찬 공기에 노출됐을 때 심뇌혈관 질환이 악화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수축기혈압 120mmHg/이완기혈압 80mmHg 미만으로 정상 혈압인 사람도 갑자기 추운 곳에 가게 되면 고혈압 수준으로 혈압이 오를 수 있다고 한다.

겨울철 새벽 운동도 조심해야 한다. 추운 날씨에는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많아져 심장에 무리가 갈 수 밖에 없다. 새벽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외출했다가 피부혈관이 수축돼 혈관 압력이 급증하게 된다. 실제로 겨울철 이른 새벽에 운동을 나갔다가 심근경색으로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겨울 아침 야외 운동은 삼가라. [중앙포토]

겨울 아침 야외 운동은 삼가라. [중앙포토]

겨울 아침 운동 삼가야 

필자는 운동예찬론자이지만 겨울 아침 야외 운동은 삼갈 것을 권한다. 아래 고혈압 예방 수칙은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공중보건을 위해 공유한 항목들이다. 글로 미처 다 담지 못한 원칙들이 잘 정리되어 있으니 꼼꼼히 읽어보고 지키기 바란다.

바깥 공기가 피부를 얼얼하게 만드는 시기가 온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자신의 심장과 피가 뜨겁게 운동할 수 있게 신경 쓰자. 나를 위해서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고혈압 예방, 이것만은 알아두자!
(1) 총 염분섭취량 제한

소금 섭취량을 하루 2mg 이하로 줄이는 저염 식이를 실천하면 혈압을 낮출 수 있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싱겁게 먹는 것이 아니라, 총량을 조절해야 한다.

(2) 스트레스 해소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고혈압의 위험을 높이는 환경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3) 적정체중 유지
과체중이나 비만인 경우 고혈압뿐만 아니라 당뇨병, 심혈관계질환의 위험이 복합적으로 높아진다.

유산소 운동. [사진 김은기]

유산소 운동. [사진 김은기]

(4) 꾸준한 운동
걷기, 빠르게 걷기, 뛰기 등의 유산소 운동을 일주일에 거의 매일 적어도 20~30분간 실천하면 혈압을 낮출 수 있다. 또한 운동을 중단하면 다시 혈압이 높아지기 때문에 꾸준함이 중요하다.

(5) 절주 또는 적당한 음주
한 번에 3잔 이상의 음주는 일시적인 혈압상승을 유도하며, 반복적인 폭음은 장기적으로 고혈압을 유발할 수 있다. 알코올은 칼로리도 높기 때문에 체중 증가를 유발하는 문제도 있다.

(6) 과일, 야채, 식이섬유 섭취
과일이나 야채 등에 풍부한 포타슘 섭취가 부족해도 혈압이 높아진다.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충분히 먹어야 한다.

과일. [중앙포토]

과일. [중앙포토]

(7) 약물요법
당뇨병, 만성 신질환 또는 이미 심혈관계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고혈압 전 단계부터 약물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8) 선별검사
고혈압 전 단계에 해당하는 사람은 적어도 일 년에 한 번 이상 병원에서 혈압을 측정하고, 자가혈압측정은 더 자주 하는 것이 좋다. 혈압이 정상이라도 2년에 한 번 이상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 좋다.

(서울대학교병원 제공자료)

정수덕 눔코리아 총괄이사 sooduck@noom.com

우리 집 주변 요양병원, 어디가 더 좋은지 비교해보고 싶다면? (http://news.joins.com/Digitalspecial/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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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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