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아줌마] 청바지 입고 출근하면 안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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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회사에서 청바지를 못 입는 직장인의 아쉬움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 청바지 유행은 사그라질 줄 모른다.

우선 백화점 숙녀복 매장을 둘러보자. 굳이 캐주얼 매장이 아니더라도 매장 앞 마네킹에 청바지를 입혀 놓은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보통 마네킹에 입혀 놓은 옷이 그 브랜드의 주력 상품임을 감안하면, 진 브랜드가 아닌 곳에서 이런 구성은 파격이다. 디자이너 부티크도 마찬가지다. 값비싼 모피나 비단 등으로 만들어진 상의에 하의는 청바지로 꾸며 놓았다. "요샌 아무리 예쁜 옷이라도 청바지와 어울려야 팔린다"는 게 숙녀복 매장 매니저의 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3040세대를 타깃으로 한 성인 캐주얼 브랜드에서도 청바지를 앞세운다. LG패션 마에스트로 캐주얼은 면바지.모직바지 등과 함께 지난해 청바지를 내세워 이른바 '대박'을 쳤다. 관계자는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며 자랑했다. 올해부터는 아예 데님 라인을 만들어 본격적인 판매에 나서고 있다. 점잖은(?) 바지를 찾던 세대까지 청바지를 찾고 있다는 말이다.

청바지 입기가 부담스럽지만 시대의 유행을 따르고 싶은 중년 남성을 위해 진 라이크 룩(Jean-Like Look)이라는 제품까지 등장했다. 데님 소재는 아니지만 특수 처리를 해 청바지처럼 보이는 원단을 사용했다. 언뜻 보면 정장 바지와 같은 짙은 색이지만, 눈여겨보면 청바지의 컬러와 질감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프리미엄 진이라는 이름 아래 청바지 가격은 웬만한 정장 바지 가격을 넘어선 지 오래다. 소위 말해 다리가 길고 날씬해 보인다는 프리미엄 진은 높은 가격대에도 없어서 못 팔 지경이란다.

이제 누가 감히 '청바지 따위'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청바지를 보는 시각을 바꿀 때가 온 것 같다. 여성 속옷에서 유래한 케미솔 톱이 지금은 여성들이 정장 재킷 안에 받쳐입는 옷으로 각광받고 있듯, 불과 몇 년 안에 청바지가 정장 바지의 일종으로 대접 받을지 모를 일이다. "여름 교복이 반바지라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 텐데"라는 노랫가락이 입 안을 맴돈다.

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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