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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물타기와 성역 깨기의 갈림길에 선 전병헌 의혹 수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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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의 비리 연루 의혹이 불거진 의미와 시점은 상당히 미묘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검찰 수사가 청와대 수석이라는 ‘정권 실세’에게 향하기는 처음이다. 검찰은 ‘적폐 수사’라는 이름 아래 이명박·박근혜 정권만 겨냥한 표적 수사를 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칼끝을 현 정권에도 동시에 겨눴다. 대기업 수사 과정에서 나온 우연한 부산물인지, 전 정권과 현 정권 사이에서 구색을 맞추기 위한 물타기 수사인지 지켜볼 일이다.

이번 의혹의 윤곽은 2015년 전 수석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 윤모씨 등 보좌진 3명이 한국e스포츠협회를 통해 롯데홈쇼핑에서 3억여원의 후원금을 거둬 이 중 일부를 빼돌렸다는 것이다. 당시 전 수석은 e스포츠협회 회장을 맡고 있었고,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으로 홈쇼핑 재승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실제로 비서관 윤씨는 재승인 직후 롯데홈쇼핑에 e스포츠 게임단 창단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런 검은 거래가 보좌진의 독단적인 행동인지 전 수석의 방조 내지 묵인이 있었는지를 캐내는 것이 검찰 수사의 초점이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장은 전 수석과 윤 전 비서관을 거론하며 ‘게임업계 농단 세력’이라고 지목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에 불거진 의혹과 연결해 보면 전혀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닐 수 있다. 이참에 여 위원장의 주장도 철저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 의뢰받는 수사가 아닌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검찰의 존재감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