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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야릇한 미술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서울 평창동 화정박물관의 춘화 전시실 모습.

서울 평창동 화정박물관의 춘화 전시실 모습.

춘화 상설 전시장이 탄생했다. 서울 평창동 화정박물관. 동아시아 고미술 등 다양한 소장품을 보유한 이 박물관은 2010년, 2013년 두 차례 에로틱 아트전 ‘LUST’를 열어 주목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전시실 한 곳(제5전시실)을 아예 춘화를 상설 전시하는 곳으로 꾸몄다. 앞으로 4개월마다 주제에 맞춰 전시를 교체할 예정이다.

화정박물관 춘화 상설 전시실 열어 #첫 전시로 한·중·일 춘화 45점 #4개월마다 주제별 전시 교체

첫 번째 전시로는 중국 청나라 시기와 일본 에도시대를 중심으로 춘화와 공예품 45점을 선보이는 ‘동아시아 삼국의 춘화’가 진행 중이다. 적나라한 묘사가 안겨주는 시각적 충격과 더불어 풍속화로서 춘화의 다양한 특징이 드러난다.

서울 평창동 화정박물관의 춘화 전시실 모습.

서울 평창동 화정박물관의 춘화 전시실 모습.

‘춘궁화첩’ ‘화영금진’ 등 각각 책으로 묶인 작자미상의 중국 춘화는 실내장식을 자세히 묘사하고 남녀의 신체는 상대적으로 작게 그려 풍속화의 인상이 강하다. 춘화첩 제목 중에는 ‘피화춘도’도 있다. 이를 지니면 불을 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춘화를 이르는 다른 말로 쓰이는 동시에 춘화를 소장할 그럴듯한 명분을 주는 셈이다.

일본의 춘화는 이야기책 같은 형태를 띤 작품이 여럿 자리했다. ‘풍류염색마네몬’은 콩알만 한 크기로 변신한 사람이 전국을 돌며 이른바 색도(色道)를 익히는 구성이다. ‘축언색녀남사’는 속표지 첫머리에 책 대여점 주인이 등장, 그림만 봐선 깊은 이해가 힘드니 글도 주의 깊게 읽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대여를 통해서도 춘화가 널리 유통됐음을 짐작하게 한다.

남녀 가운데 여성의 피부를 더 하얗게 그리거나 전족을 한 여성의 작은 발을 부각하는 등 다양한 기법도 눈에 띈다. 과장법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중국 명말 청초의 ‘비희도’는 기계체조라도 하는 것 같다. 인간의 몸으로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자세가 담겨 있다. 김옥임 책임연구원은 “따라하다 허리가 부러졌다는 기록도 있다”며 “춘화는 때로는 이랬으면, 저랬으면 하는 판타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9세 미만 관람불가. 관람료 5000원.

글·사진=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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