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화 상설 전시장이 탄생했다. 서울 평창동 화정박물관. 동아시아 고미술 등 다양한 소장품을 보유한 이 박물관은 2010년, 2013년 두 차례 에로틱 아트전 ‘LUST’를 열어 주목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전시실 한 곳(제5전시실)을 아예 춘화를 상설 전시하는 곳으로 꾸몄다. 앞으로 4개월마다 주제에 맞춰 전시를 교체할 예정이다.
화정박물관 춘화 상설 전시실 열어 #첫 전시로 한·중·일 춘화 45점 #4개월마다 주제별 전시 교체
첫 번째 전시로는 중국 청나라 시기와 일본 에도시대를 중심으로 춘화와 공예품 45점을 선보이는 ‘동아시아 삼국의 춘화’가 진행 중이다. 적나라한 묘사가 안겨주는 시각적 충격과 더불어 풍속화로서 춘화의 다양한 특징이 드러난다.
‘춘궁화첩’ ‘화영금진’ 등 각각 책으로 묶인 작자미상의 중국 춘화는 실내장식을 자세히 묘사하고 남녀의 신체는 상대적으로 작게 그려 풍속화의 인상이 강하다. 춘화첩 제목 중에는 ‘피화춘도’도 있다. 이를 지니면 불을 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춘화를 이르는 다른 말로 쓰이는 동시에 춘화를 소장할 그럴듯한 명분을 주는 셈이다.
일본의 춘화는 이야기책 같은 형태를 띤 작품이 여럿 자리했다. ‘풍류염색마네몬’은 콩알만 한 크기로 변신한 사람이 전국을 돌며 이른바 색도(色道)를 익히는 구성이다. ‘축언색녀남사’는 속표지 첫머리에 책 대여점 주인이 등장, 그림만 봐선 깊은 이해가 힘드니 글도 주의 깊게 읽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대여를 통해서도 춘화가 널리 유통됐음을 짐작하게 한다.
남녀 가운데 여성의 피부를 더 하얗게 그리거나 전족을 한 여성의 작은 발을 부각하는 등 다양한 기법도 눈에 띈다. 과장법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중국 명말 청초의 ‘비희도’는 기계체조라도 하는 것 같다. 인간의 몸으로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자세가 담겨 있다. 김옥임 책임연구원은 “따라하다 허리가 부러졌다는 기록도 있다”며 “춘화는 때로는 이랬으면, 저랬으면 하는 판타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9세 미만 관람불가. 관람료 5000원.
글·사진=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