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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엑소·빅뱅과 한 무대...“MC? 통역사? 전 둘 다요!” 한중 MC 임정은 씨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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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이후 한중 간 즐기는 문화 교류가 사라져서 안타까워요.그런데 최근 악화된 한중 관계가 봉합되고 있죠.저희 같은 한중 MC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입니다.

국가 간 모든 교류에 빠질 수 없는 사람이 있다. 통역사와 번역사다. 때에 따라서는 매끄럽게 진행할 사회자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만족하는 직업이 있다. 바로 한중 MC, 중국어 MC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한중 MC 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인물이 있다.

인기 아이돌 그룹 엑소(EXO) 팬미팅, 알리바바 광군제 티몰 라이브, 롯데면세점 패밀리 콘서트, 텐센트 케이팝 라이브 콘서트, 신라면세점 VIP 팬미팅 등 한류 행사부터 코트라, 한국관광공사,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 같은 정부 기관이 주최하는 굵직한 행사의 한중 간 소통을 도왔다.

통역과 진행 외에 홈쇼핑 쇼호스트, 중국 개인방송 BJ, 방송인까지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임정은 한중 사회자(MC) 겸 통역사를 차이나랩이 만났다.

이대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난 한중 MC 임정은 씨. [사진 차이나랩]

이대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난 한중 MC 임정은 씨. [사진 차이나랩]

본인을 짧게 소개해달라.  

“한국어와 중국어 두 언어로 국제 행사를 진행하는 임정은입니다. 열심히 공부 중인 학생이기도 하죠.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중 통역학과에서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졸업 시험을 앞둔 터라 지금은 일보다는 학업을 1순위로 두고 있죠. 네이버와 중국의 구글 바이두에 제 프로필이 올라가 있으니 많이 검색해주세요.”

임정은 씨의 프로필은 중국의 네이버 '바이두'에도 등록돼 있다. [사진 바이두]

임정은 씨의 프로필은 중국의 네이버 '바이두'에도 등록돼 있다. [사진 바이두]

한중 MC라는 개념이 조금 생소하다.  

“한중 MC는 한국어와 중국어로 행사를 진행하는 사회자입니다. 중국이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가까운 나라이다 보니 다양한 분야의 국제행사가 열리는데요. 국제행사 외에도 TV 프로그램이나 라디오, 한류 인터뷰나 콘서트, 생방송, 홈쇼핑 등 다양한 현장에서 사회를 보고 있습니다.

진행과 통역을 동시에 하는 한중 MC는 국내에 10명 안팎입니다. 진행과 통역을 동시에 하시는 한중 MC도 있고, 인터넷 방송을 포함해 방송에 집중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국제행사를 위주로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 듯합니다.

요즘 중국 관련 행사에 사회자로 가면 인사말, 연설, PPT 통역 같은 순차통역이 많이 있어요. 그래서 제 직업을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중 통역MC'라고 할 수 있을 듯해요.

제가 운영하는 블로그가 있는데 댓글이나 쪽지로 어떻게 하면 한중 MC가 될 수 있냐고 묻는 분들이 엄청 많아요. 하도 이런 문의가 많다 보니 아예 자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작성한 링크를 드립니다. 요즘에는 중국어 아나운서를 육성하는 학원이 따로 생길 정도로 이 직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요.”

중국판 겟잇뷰티 '시상가인(??佳人)' MC로 참여한 임정은 씨(오른쪽). 임정은 씨는 중국 TV 프로그램 출연 경력이 많다. 중국 취업 서바이벌 '즈라이즈왕(???往)', 중국 소개팅 프로그램 '아이칭롄롄칸(?情??看)' 등에 출연했다. [사진 임정은]

중국판 겟잇뷰티 '시상가인(??佳人)' MC로 참여한 임정은 씨(오른쪽). 임정은 씨는 중국 TV 프로그램 출연 경력이 많다. 중국 취업 서바이벌 '즈라이즈왕(???往)', 중국 소개팅 프로그램 '아이칭롄롄칸(?情??看)' 등에 출연했다. [사진 임정은]

한중 MC가 된 계기는.

“처음엔 한국어 아나운서로 시작했어요. 기상청에서 일했죠. 그런데 늘 대학 전공인 중국어를 살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중국 기상청에서 사람이 오면 제가 나서서 통역을 맡았습니다.

저는 2008년부터 모든 경력을 블로그에 올리고 있어요. 제 블로그를 보고 중국 관련 행사에 저를 부르는 분들이 많아졌죠. 그런데 직접 국제행사를 진행하다 보니 제 실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통역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통역번역대학원 준비학원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준비한 끝에 감사하게도 통역번역대학원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한국어 진행보다 중국어 진행을 더 많이 하고있어요.

엑소와 한중 MC 임정은 씨. 광군제 티몰 라이브쇼. [출처: 임정은]

엑소와 한중 MC 임정은 씨. 광군제 티몰 라이브쇼. [출처: 임정은]

근황이 궁금하다. 사드 영향을 받았을 것 같은데.

“ebs 라디오 프로그램 박휘순 이승해 <니하오 차이나>에 고정 출연하고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중국 문화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하죠.

얼마 전에는 인차이나포럼에서 한중 MC를 맡았어요. 최근 들어 이런 "교류를 다져보자", "어려움을 헤쳐 나가자", "사드를 극복해보자" 성격의 포럼이 굉장히 많아졌어요. 한중 양국의 기관 사람이든 업계 사람이든 비온 뒤 땅이 굳는 것처럼 사드 이후 한중 관계가 더 깊이 있어질 거라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사드가 터지기 전에는 중국 출장이 많았어요. 가장 최근에 다녀온 중국 출장은 지난 6월 기업 금융 포럼이 마지막입니다. 다양한 문화, 뷰티 행사가 더 이상 열리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작년 하반기부터는 주로 국내 행사를 맡고 있습니다.

그래도 요즘 사드가 풀리려는지 중국에서 종종 섭외가 들어오고 있어요. 학업에 충실하느라 대부분 거절하고 있지만요. 행사가 많을 때는 많지만 또 적을 때도 있어요. 원래 기획사가 따로 있었다가 올해 초부터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어요. 메이크업도 의상도 혼자서 척척 준비합니다.”

임정은 씨는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에 방송하는 ebs &#39;니하오 차이나&#39;에 중국어 전문 MC로서 고정 출연하고 있다. [사진 임정은]

임정은 씨는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에 방송하는 ebs &#39;니하오 차이나&#39;에 중국어 전문 MC로서 고정 출연하고 있다. [사진 임정은]

인상 깊은 일화가 있다면.  

“수만 명이 운집했던 빅뱅의 중국 팬미팅 행사가 생각나네요. 행사 전에 빅뱅에 대해 공부를 하는데 멤버 대성 씨 이름이 중국에서 다청(大成)과 다성(大声) 두 개인 거예요. 고민을 했는데 아무래도 본명 한자대로 '다성'이라고 호칭하는 게 낫겠다 싶었죠.

팬미팅 때 대성 씨를 '다성'으로 불렀어요. 그랬더니 다른 멤버인 승리 씨가 "부스 다성, 얼스 다청(不是大声而是达成, 다성이 아니라 다청이에요)' 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대성 씨에게 '다성'과 '다청' 중에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싶냐고 물었더니, 본명인 '다성'으로 불렸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현장에 있는 중국 팬들에게 전했어요.

팬미팅이 끝난 이후 제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팔로워 수가 갑자기 확 늘었어요. "대성 오빠의 원래 이름을 찾아줘서 고맙다"는 팬들의 댓글이 엄청나게 달렸습니다. 하하. 굉장히 뿌듯했어요.

한중 MC를 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순간은 또 있어요. 한국어로 진행을 하다가 중국어를 쓸 때 사람들이 '뭐지?'라는 놀란 표정으로 절 다르게 바라보는 그 순간이 굉장히 좋습니다.”

중국에서 열린 빅뱅 팬미팅 MC를 맡은 임정은 씨. [사진 임정은]

중국에서 열린 빅뱅 팬미팅 MC를 맡은 임정은 씨. [사진 임정은]

한중 MC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 세 가지를 꼽자면.

“첫째, 언어입니다. 당연히 한국어와 중국어가 돼야겠죠? 여기서 언어는 단순한 언어 실력이 아니라 말하는 걸 좋아하고, 그 말속에 흡인력과 장악력이 있어야 하는 걸 말해요. 무대에서 말하는 게 익숙하지 않으면 현장 분위기를 휘어잡을 수 없습니다.

둘째, 지적 호기심이에요. 한중 MC는 매번 새로운 분야를 만나는 직업입니다. 이번 주에 한류 행사를 맡고 다음 주에는 금융이나 반도체 같은 분야를 맡기도 하죠. 참 적응하기 어려운 직업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적 호기심이 많다면 즐기면서 이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셋째, 기다림입니다. 일이 적어질 때도 있는데, 그 기간을 잘 보내는 것도 제 직업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특성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매일 출근하는 회사를 가야하나'라는 생각이 자주 들 수 있거든요. 또 방송 프로그램을 촬영하는 경우에는 중간중간 대기시간이 긴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기다리는 것이 곧 일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기다리는 기간에 주로 도서관을 가거나 중국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곤 해요.”

롯데면세점 콘서트 MC를 본 임정은 씨와 한류 스타 이민호 씨. [사진 임정은]

롯데면세점 콘서트 MC를 본 임정은 씨와 한류 스타 이민호 씨. [사진 임정은]

평생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다. 본인만의 스터디 방법은.

“통번역대학원의 커리큘럼이 굉장히 많은 도움이 돼요. 동시통역과 순차통역을 배우는 과정이 매우 어렵지만 정말 확실히 실력을 높일 수 있어요. 대학원 진학이 어렵다면 통번역대학원 입시학원에 다니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사회자로서의 훈련 같은 경우 나만의 문장 리스트를 만드는 것이 필수예요. 예능, 인터뷰, 토크쇼, 법, 뉴스, 경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아나운서를 보면서 자주 쓰는 말을 따로 적어놓는 거죠.”

통역과 진행에 도움 되는 프로그램을 추천한다면.  

“지금은 종방한 진싱슈(金星秀)라는 토크쇼가 있어요. 독설로 유명하죠. 우리나라 예능 '라디오스타'와 비슷해요. MC가 굉장히 말을 잘해서 도움이 많이 됩니다.

양란팡탄루(杨澜访谈录)는 중국판 오프라 윈프리 쇼라고 할 수 있어요. 인터뷰이가 굉장히 유명한 사람들이죠.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어요. 정제된 고급 진행 멘트를 익히고 싶다면 이 프로그램을 강력 추천해요.

루위유웨(鲁豫有约)는 가벼운 분위기의 인터뷰 프로그램이에요. 아이돌 인터뷰 같은 유쾌하면서 가벼운 진행 멘트를 익히기 좋죠.”

걸그룹 소녀시대와 임정은 씨. 이 쇼는 중국 인터넷 방송으로 실시간 송출됐다. [사진 임정은]

걸그룹 소녀시대와 임정은 씨. 이 쇼는 중국 인터넷 방송으로 실시간 송출됐다. [사진 임정은]

“매일매일 마이크 잡는 게 꿈”
“나만의 콘텐츠가 있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

여가 시간엔 뭘 하나. 굉장히 바쁘게 사는 걸로 알고 있는데.  

“늘 나만의 콘텐츠 만들기에 골몰하고 있어요. 굳이 따지자면 저는 한중 MC 겸 크리에이터로 볼 수 있겠네요.

이전까지는 이즈보(一直播)라는 개인방송 어플로 중국 시청자들과 소통해왔습니다. 그런데 사드 이후 이즈보 접속이 막혔어요. 중국 시청자들이 왜 방송 안 하냐고 난리였죠. vpn(가상사설망)까지 보내준 분들도 계셨어요. 나중엔 vpn 접속마저 막혔지만요. 다시 접속이 되면 방송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노래와 춤도 좋아해요. 첨밀밀 같은 옛 명곡을 부르는 한국인은 많지만 중국 최신 가요를 소개하고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사실 저 나름 앨범도 낸 가수 출신이에요. 2009년에 싱글 앨범 2장을 냈습니다. 아웃사이더 등 피처링도 많이 했어요. 하하. 아주 조~금이지만 지금도 저작권료가 들어와요.

가수 활동하면서 얻은 소득도 있어요. 전 노래보다 말을 더 잘 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렇다고 노래를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에요. 중국판 ‘너의 목소리가 보여’ 같은 음악 프로그램에도 나가고 싶어요. 또 나중에 기회가 되면 노래와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할 거예요.

키즈 콘텐츠에도 관심이 있어요. 한 번은 재미로 아이와 놀아주는 영상을 올렸는데 중국 동요 업체에서 연락이 온 적도 있답니다.”

마지막으로 한중 MC 지망생들에게 한 마디 조언을 해달라.

“생각을 많이 하셨으면 좋겠어요. 한중 MC라는 직업이 정말로 하고 싶은지, 내가 이 직업에 맞는 것 같은지를 말이죠. 무엇보다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지를 고민해봐야 해요. 이걸 알기 위해서는 현장을 많이 다녀봐야 합니다. 제가 하는 행사에 와보셔도 돼요. 하하.

한중 MC라는 직업은 결국 자기를 알리는 싸움입니다. 브랜딩 싸움이죠. 조그만 일이라도 일단 경력을 지속적으로 쌓는 게 중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중국어 MC를 구하는 에이전시 리스트를 쫙 뽑은 다음 하나하나 이력서를 보냈어요. 200통 가까이 보낸 거 같아요. 이중 최소한 1~2건은 연락이 와요. 나중에 일이 있으면 연락해주겠다고.

한중 MC 임정은 씨. 다양한 한중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임정은]

한중 MC 임정은 씨. 다양한 한중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임정은]

특히 MC 경력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요. 행사 주최 측에서 진행 경력이 없으면 스펙이 아무리 좋아도 일단 패스합니다.

경력이 쌓이면 네이버 블로그를 많이 하세요. 본인이 진행한 행사 영상, 프로필 사진 같은 것을 꾸준히 올리세요. 누군가는 그걸 보고 반드시 문의가 옵니다.

방송 진행 경력이 없는 분들에게는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추천해요. 진행자로서 본인이 적합한지를 알 수 있고, 스터디 모임을 구하거나 취업 정보를 얻기가 좋아요.

그리고 사명감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행사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야 한다"는 그런 사명감이요. MC는 현장의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야 한다는 걸 늘 명심해야 합니다.”

차이나랩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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