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옥의 금융산책]특혜 채용 의혹ㆍ행장 사퇴ㆍ관치 논란…우리은행 어디로

중앙일보

입력 2017.11.08 00:35

검찰이 7일 우리은행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우리은행 본점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뉴시스]

검찰이 7일 우리은행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우리은행 본점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뉴시스]

 갈수록 태산이다. 특혜 채용 논란에 휩싸인 우리은행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은행장 사퇴에 이어 압수수색까지 실시되는 등 검찰 수사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차기 은행장 선임을 둘러싼 ‘신(新) 관치’ 논란까지 빚어지고 있다.

검찰, 7일 우리은행 본사 압수수색
예보, 행장 임추위 참여 저울질에
과점주주와 노조 등 “관치” 반발
민영화ㆍ지주사 전환에도 차질

 7일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은 하루종일 침울했다. 이날 서울북부지검이 우리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17일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2016년 신입사원 공채에서 국가정보원과 금융감독원, 은행 주요 고객, 은행 전ㆍ현직 고위 인사의 자녀와 친인척 등 16명을 우리은행 측이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이후 우리은행은 자체 감사를 실시해 남모 부문장 등 관련자 3명을 직위해제. 금감원에 감사 결과를 보고했고, 금감원은 우리은행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행장실과 인사부 등 관련 사무실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다.

 지난 2일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우리은행은 5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손태승 글로벌 부문 겸 글로벌그룹장에게 행장 업무를 위임했다. 업무 공백을 막기 위해서다.

 행장의 사퇴로 빚어진 경영 공백은 새로운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차기 행장 선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어서다.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행장을 뽑는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의 정부(예금보험공사) 대표 비상임이사 참여 여부다.

 현재 우리은행 이사회는 이 행장과 5개 과점주주(IMM PE, 한화생명,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동양생명)를 대표하는 사외이사, 오정식 상임감사위원과 예금보험공사(예보) 측 비상임이사로 이뤄져 있다. 예보는 우리은행의 단일 최대주주로 18.5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우리은행을 민영화하면서 예보 보유 지분 29.7%를 7개 과점주주에게 매각했다. 당시 정부는 민간 과점주주 중심의 자율 경영을 약속했다. 그런 까닭에 지난 1월 우리은행장을 선출할 때 은행 경영의 자율성을 존중해 임추위에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임추위는 차기 행장 후보 지원 요건으로 우리은행 및 계열사 5년 내 전ㆍ현직 부행장급(지주는 부사장급) 이상 경력을 내걸고 낙하산 인사의 지원을 원천 차단했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특혜 채용 의혹이 상업ㆍ한일 양 계파 갈등으로 야기됐다는 의혹에 이광구 행장이 물러난 비상 상황임을 감안해 예보가 임추위 참여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져서다. 문제는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이 정부 개입 혹은 ‘신 관치’로 비춰지며 우리은행 민영화가 뒷걸음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검찰이 7일 우리은행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들이 본점 건물로 박스를 들고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검찰이 7일 우리은행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들이 본점 건물로 박스를 들고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한 사외이사는 “예보가 임추위 참여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는데 (임추위에) 들어오겠다는 것은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후임 은행장 자리에 정권의 입맛에 맞춘 논공행상식 낙하산 인사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능력과 도덕성을 검증받은 내부 출신 인사가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인범 우리사주조합장도 “낙하산으로 오는 외부 인사는 은행의 부실을 키운 경우가 많다”며 “관료는 절대 반대한다”고 말했다.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자 예보는 한 발 빼는 모습이다. 예보 관계자는 “임추위 참여와 관련해 입장이 결정된 건 없고 임추위 구성은 우리은행 이사회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혜 채용 의혹 수사와 행장 선출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며 우리은행의 민영화 일정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7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우리은행 잔여지분 매각과 관련해 “어떤 방향이든 빨리 결론을 내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혜 채용 의혹으로 인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행장 교체가 이뤄지면서 민영화 일정은 당분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잔여지분을 털고 지주사로 전환하려던 우리은행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박경서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은 “행장 퇴임과 새 행장 선임은 기업 지배구조의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는 사안인 만큼 우리은행 지분 매각 가격을 결정하는 데 있어 할인요인이 될 수 있다”며 “특히 행장 선임에 외부의 영향력이 행사된다면 민영화 후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7일 우리은행 주가는 1만5600원을 기록하며 공적자금 회수 이익분기점(1주당 1만4200원)에 근접했다. 지난 7월 최고치(1만9650원)에서 20.6% 하락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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