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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내셔널]“시티투어 버스 탔는데 롤러코스터인 줄 알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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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1일 낮 12시 40분. 부산역을 출발한 부산시티투어버스가 “부산항 대교로 진입합니다”라는 버스 기사의 안내 멘트와 함께 40도로 경사진 도로를 오르기 시작했다. 천장이 뚫린 오픈 탑2층 버스에 탄 승객 20여명이 일제히 ‘와’하고 소리를 질렀다. 롤러코스터를 탔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몸이 붕 떠오르면서 아찔한 기분을 다들 느꼈기 때문이리라.

2006년 국내 처음 부산에 시티투어버스 도입 #지난해 탑승객 28만명으로 시티투어 중 국내 1위 #해운대·태종대 등 명소 뿐 아니라 숨은 관광지도 돌아 #적자운영되다 2013년 프로그램 다양화하며 흑자 전환 #이후 매년 탑승객 증가…올해 33만명 예상 #

부산항 대교를 내달릴 때 고개를 들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아오른 교각 위 탑과 수십 개의 케이블을 보고 있자니 웅장함이 느껴졌다.

부산시티투어버스를 탄 탑승객들이 밖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부산관광공사]

부산시티투어버스를 탄 탑승객들이 밖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부산관광공사]

부산시티투어버스가 지역 관광 명물로 부상했다. 2006년 도입된 부산시티투어버스는 지난해 28만명이 탑승해 전국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울시티투어버스는 23만7000명이 탑승해 2위. 올해 부산시티투어버스 탑승객은 33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17개 지자체에서 20개 업체가 총 83대의 시티투어버스를 운행하고 있지만, 흑자를 내는 시티투어버스는 부산뿐이다. 2층 오픈 탑 버스도 부산이 2010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부산시티투어버스가 부산항 대교를 지나고 있다. [사진 부산관광공사]

부산시티투어버스가 부산항 대교를 지나고 있다. [사진 부산관광공사]

부산시티투어버스는 현재 총 20대가 운행 중이다. 2층 버스가 15대, 1층 버스가 5대다. 이 가운데 낡은 2층 버스 2대는 오는 21일 유럽산 2층 버스로 교체된다. 유럽산 2층 버스에는 휠체어를 고정할 수 있는 시설이 장착돼 있어 장애인도 이용이 가능하다. 버스는 부산역에서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코스는 부산관광공사가 운영하는 해운대 방면과 민간 업체인 태영버스가 운영하는 태종대 방면으로 나뉜다. 부산관광공사 송순옥 시티투어버스팀장은 “2006년 초기에는 단일 코스였는데 부산 구석구석을 보기 원하는 관광객들의 요구에 맞춰 코스를 늘려나가고 있다”며 “코스가 다변화되고 탑승객이 급증해 2015년 태종대 코스 운영권은 민간업체인 태영버스에 넘겨줬다”고 설명했다.

부산시티투어버스를 항공에서 촬영한 모습. [사진 부산관광공사]

부산시티투어버스를 항공에서 촬영한 모습. [사진 부산관광공사]

부산관광공사가 운영하는 해운대 방면은 총 20개 정거장을 거친다. 해운대·광안리·청사포·해동용궁사 등 유명 관광지뿐 아니라 시립미술관·영화의전당·국립부산과학관 등에도 버스가 정차한다. 송 팀장은 “시티투어버스는 부산의 숨겨진 명소를 알려내고, 대중교통으로 쉽게 갈 수 없는 곳에 관광객을 데려다주는 공익적인 기능을 함께 갖고 있다”며 “수익만 좇으면 새로운 관광수요를 발굴하는 게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부산시티투어버스는 예약 없이 아무 정거장에서 수시로 타고 내릴 수 있다. 1만 5000원을 주고 티켓을 사면 손목에 종이 띠를 둘러준다. 이것만 보여주면 온종일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해운대 코스는 3개 라인으로 세분화돼 있다. 부산역에서 해운대를 오가는 레드라인, 해운대에서 용궁사를 오가는 블루라인, 용호만과 오륙도를 이동하는 그린라인이 있어 부산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다.

지난 추석 연휴때 부산시티투어버스를 타려는 관광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사진 부산관광공사]

지난 추석 연휴때 부산시티투어버스를 타려는 관광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사진 부산관광공사]

강원도 강릉에서 온 관광객 서석용(65) 씨는 렌터카를 해운대 해수욕장 주차장에 세워두고 시티투어버스를 탔다고 했다. 그는 “부산 여기저기를 돌아보고 싶은데 길도 서툰 데다가 주차하기가 쉽지 않아 시티투어버스를 탔다”며 “강릉에서는 볼 수 없는 2층 버스여서 꼭 한번은 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티투어버스와 연계된 관광상품을 이용하면 티켓값보다 더 많은 할인 혜택을 볼 수 있다. 티켓 구매 후 부산아쿠아리움을 이용하면 입장료가 30% 할인된다. KTX 이용객은 2000원 할인된 가격으로 시티투어버스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티파니21 유람선 가격은 2만7500원이지만 시티투어버스와 결합된 상품은 2만5000원이다. 요트와 결합한 상품은 3만3000원 수준이다.

부산시티투어버스가 광안대교를 지나고 있다. [사진 부산관광공사]

부산시티투어버스가 광안대교를 지나고 있다. [사진 부산관광공사]

부산시티투어버스가 처음부터 인기를 끈 것은 아니다. 2006년 도입 후 당시 부산관광개발이 매년 부산시에서 운영비로 3억~5억원을 지원받았지만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하루 탑승객은 160명 수준으로 현재 하루 탑승객과 비교해 10% 수준이었다. 그러다 2013년 부산관광공사가 시티투어버스 운영권을 넘겨받았고 부산시는 재정지원을 끊었다.

이때부터 부산관광공사는 시티투어버스와 관광상품을 연계한 패키지 상품을 개발하고, 서비스 질 향상에 나섰다고 한다. 그해 부산역에 부산시티투어안내센터를 설치하고, 실시간으로 운행정보를 알려주는 시스템도 승강장에 마련했다. 버스를 탄 외국인 관광객에게 간단한 통역을 해주는 시스템도 갖췄다.

비가 오자 탑승객들이 비옷을 입은 채로 부산시티투어버스를 타며 관광을 즐기고 있다. [사진 부산관광공사]

비가 오자 탑승객들이 비옷을 입은 채로 부산시티투어버스를 타며 관광을 즐기고 있다. [사진 부산관광공사]

그러자 2013년 탑승객은 전년보다 5만여명이 늘어난 23만8104명을 기록했고, 4억3463만원의 이익을 거뒀다. 2014년에는 탑승객 수 24만3383명, 수익은 4억6236만원을 기록했다. 탑승객이 급증하자 부산관광공사는 2015년 시티투어버스 8대를 민간업체인 태영버스가 운영하도록 했다.

부산시티투어버스는 매년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부티(BUTI) 스마트 안내’ 앱을 다운로드 받으면 버스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시간으로 영어·중국어·일어로 통역해주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 올해 말부터는 부산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기장 방면으로 새로운 노선을 개발해 해안절경과 기장시장, 힐튼 부산 호텔 등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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