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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서울마라톤] 국내 남자 1위 심종섭 "AG 금메달 자신감 얻었다"

중앙일보

입력

5일 열린 2017 중앙서울마라톤에서 엘리트 국내선수 남자부 1위를 차지한 심종섭(한국전력)이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5일 열린 2017 중앙서울마라톤에서 엘리트 국내선수 남자부 1위를 차지한 심종섭(한국전력)이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한국 마라톤 간판 심종섭(26·한국전력)이 2017 중앙서울마라톤 국내 남자 엘리트 부문 1위에 올랐다.

심종섭은 이날 2시간 15분 43초만에 결승선을 통과해 국내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팀 동료 신현수(2시간16분31초)를 여유 있게 제쳤다.

심종섭은 지난해 리우올림픽에서 큰 좌절을 겪었다. 2시간10분 이내의 기록에 도전장을 냈지만, 함께 출전한 손명준(23·삼성전자)과 동반 부진에 빠져 육상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기록은 2시간42분42초. 전체 참가선수 155명(완주자는 140명) 중 138위에 그쳤다. 개인 최고 기록(2시간13분28초)과 격차가 무려 29분에 달했다. 올림픽 마라톤에 출전하기 위해 캄보디아로 귀화한 일본 코미디언 다키자키 구니아키(2시간45분44초)가 엇비슷한 성적을 낸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의 비난은 더 커졌다.

올림픽 이후 심기일전하며 몸을 만들었지만, 잇단 부상 탓에 좀처럼 기록을 단축하지 못했다. 심종섭은 "지난 4월 군산마라톤을 앞두고 2시간10분 안쪽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렸지만 부상 때문에 레이스 도중 기권했다"면서 "중앙마라톤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건 9월부터다. 기록이 맘에 들진 않지만, 준비 기간이 짧았던 걸 감안하면 아쉬움보다는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2017 중앙서울마라톤 국내선수 부문 남자부에서 1위를 차지한 심종섭(한국전력)이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2017 중앙서울마라톤 국내선수 부문 남자부에서 1위를 차지한 심종섭(한국전력)이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심종섭을 지탱하는 힘은 '헝그리 정신'이다. 그는 쪼들리는 가정 형편 탓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세차장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학교 측의 끈질긴 설득으로 2년 만에 복학한 뒤 두 살 어린 동생들과 함께 공부하며 운동에 몰두해 대한민국 최고의 장거리 육상 선수로 성장했다. 심종섭을 지도 중인 김재룡(51) 한국전력 감독은 "(심)종섭이는 불우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을 발판 삼아 도전 정신을 되새긴다"면서 "대한민국 마라톤 선수를 통틀어 지구력 하나만큼은 단연 최고다. 위기에 빠진 한국 마라톤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선수"라고 말했다.

심종섭의 당면 과제는 내년 자카르타-팔렘방(인도네시아) 아시안게임 우승이다. 2시간 10분 안쪽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게 목표다.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는 수준으로 몸을 만들고도 불운이 겹쳐 여러 차례 좌절했다"면서 "내년에는 반드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어 침체된 한국 육상에 새로운 활력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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