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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디' 중국은 잊어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56호 31면

외국인의 눈

한국에서 8년을 생활했던 중국인 친구가 얼마 전 완전 귀국을 선언했다. 비단 그뿐만 아니다. 최근 들어 이런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왜 그럴까.

모든 게 ‘빨리빨리’로 통하는 한국 생활에 익숙했던 유학생 친구들은 예전엔 귀국하면 ‘만만디(慢慢的, 천천히)’ 중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걱정하곤 했다. 그러나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중국인들의 일상생활은 더 이상 만만디가 아니다. 한국 못지않게 빨리빨리 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지난달 추석 연휴 때 중국에 들어가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왔다. 기차표 예매는 물론 길거리에서 과일을 살 때도 알리페이(Alipay)든, 위챗페이(Wechat Pay)든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게 일상화돼 있었다. 중국 국가우체국 시장감독국 국장 펑리후(馮力虎)는 지난 8월 2일 인민일보 인터뷰에서 “1000㎞ 내의 택배 중에 84.62%가 48시간 이내에 배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무처리 속도도 놀랍다. 청탁할 사람을 찾아 헤매다 시간을 허비하는 ‘관시(關係, 관계)’ 의존도가 낮아졌다. 지금은 알아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스마트폰으로 검색해서 바로 알아내고 또한 정부 기관 관리자와 직접 어플로 소통할 수도 있게 됐다. 무엇보다 반부패 개혁 덕분에 젊은 층은 이제 중국에서도 규정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관시가 아닌 실력으로 승부하는 사회가 형성돼 가고 있는 것이다.

다시 귀국한 그 친구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그가 귀국 결정을 내리게 된 데는 중국 국내 환경의 변화도 있었지만 “지금 안 돌아가면 더 늦을 것 같다”는 위기감 더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중국 내 대기업에 다니는 한 친구는 한국유학 경험 있는 사람에 대한 수요가 과거처럼 그렇게 많지 않다고 했다. 과거엔 만만디하게 한국과 일본을 먼저 제친 뒤 미국을 추월하자는 사고방식이 많았으나 지금의 중국 기업들은 세계 1위를 목표로 빨리빨리 ‘한방의 추월’을 노리고 있다.

더 이상 만만디가 아닌 빨리빨리로 변신하고 있는 중국은 한국에 큰 도전의 과제를 던져 주고 있다.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한국은 이 도전 속에 있는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왕웨이
김종학프로덕션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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