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오래] 집 나간 남편에게 국민연금까지 줘야하나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작은 아이가 태어나고 백일도 되지 않아 남편이 집을 나갔습니다. 그 후 친정 부모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을 키웠습니다. 조그만 분식 가게도 나름 잘 되었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잘 커 주었습니다.

아기. [중앙포토]

아기. [중앙포토]

갓난아이였던 아이들이 번듯한 사회인으로 성장하자 제게 이혼을 권하네요. 그동안 제가 고생한 것에 대해 감사한다면서 엄마도 좋은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가져보라면서요. 실은 교회에서 봉사하면서 친구처럼 지내는 사람이 있는데, 제가 아이들 때문에 더는 마음을 열지 않는 것을 아이들이 알았던 거죠. 아이들이 이렇게 장성해 남은 시간 엄마의 행복을 찾으라니 아주 고마웠습니다.

배인구의 이상가족(25) #집 나간 후 25년 만에 협의이혼 #혼인 기간 해당 연금액 균등하게 '분할연금' 지급 원칙 #이혼 후 2년 내 재산분할 협의서 작성해야

그러고 보니 남편과 헤어져 지낸 지가 25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풍문으로 남편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어떤 여자와 살림을 차렸는지 등 소문을 들었지만 저는 아이들이 흔들리지 않게 옆에서 지켜주는 것이 제 소명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이혼하기 위해 남편의 행방을 수소문했고, 지난봄에 순조롭게 협의이혼했습니다. 제 재산은 지금 제가 사는 전세 아파트와 소액의 예금, 보험입니다. 저는 남편의 재산이 궁금하지도 않았고, 남편 또한 제 재산을 두고 재산분할하자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남편이 국민연금공단에 분할연금을 신청하면 제가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의 반을 받아갈 수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금액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전혀 보탬이 되지 않았던 남편이 제가 그 고생을 하면서 냈던 연금을 가져간다니 마음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제작 조민아]

[제작 조민아]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현행 국민연금법은 ①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인 자가 ②이혼했고 ③배우자였던 사람이 노령연금 수급권자이며 ④60세가 되면 배우자였던 사람의 노령연금 중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분할한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제64조의 2)

원칙적으로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균등하게 나눈 금액을 분할해 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례자께서 연금을 낸 기간 동안 혼인 기간을 유지했다면 원칙적으로 50%를 분할연금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분할연금. [중앙포토]

분할연금. [중앙포토]

그러나 이혼하면서 분할연금을 지급받지 않기로 하거나 20%를 받기로 하는 등으로 협의했다면 협의한 대로 분할연금을 지급합니다. 또 법원에서 재판을 받아 분할 비율이 달리 정해지면, 균등하게 나눈 금액이 아닌 재판에서 정한 비율대로 분할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례자께서 전 남편과 사례자의 국민연금을 분할하지 않기로 했다면 합의한 내용의 재판서를 받아 국민연금공단에 제출하면 남편은 분할연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는 반대로 사례자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남편의 노령연금을 분할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선 남편이 국민연금에 가입했는 지, 노령연금을 받을 조건이 충족됐는지부터 알아봐야 합니다.

다만 재산분할에 대한 협의나 재판은 이혼한 날부터 2년 이내에만 유효합니다.(민법 제839조의2) 사례자의 경우 지난봄에 협의이혼을 했다면 아직 이혼한 날로부터 2년이 지나지 않았네요. 지금이라도 재산분할의 협의서를 명확하게 작성하는 것을 권합니다. 만약 협의가 되지 않는다면 가정법원에 재산분할의 심판을 청구해서 불이익이 없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협의이혼. [중앙포토]

협의이혼. [중앙포토]

만약 협의이혼을 한 날로부터 2년이 지났을 경우를 가정해 참고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별거나 가출 등으로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하여 연금 형성에 기여가 없는 이혼배우자에 대해서까지 법률혼 기간을 기준으로 분할연금 수급권을 인정하는 국민연금법 제64조 제1항이 재산권을 침해하나 위 법률조항은 2018. 6. 30.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고 결정한 바 있습니다.(2015헌바182 결정)

따라서 법률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해소되어 노령연금 수급권의 형성에 아무런 기여가 없었다면, 그 기간에 대해 노령연금의 분할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머지 않아 법이 개정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 집 주변 요양병원, 어디가 더 좋은지 비교해보고 싶다면? (http:www.joongang.co.kr/Digitalspecial/210)

우리 집 주변 요양병원, 어디가 더 좋은지 비교해보고 싶다면? (http:www.joongang.co.kr/Digitalspecial/210)

ADVERTISEMENT
ADVERTISEMENT